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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게릴라 그리고 위대한 지도자, 『총, 게릴라 그리고 위대한 지도자』 출간 (벤자민 영, 너머북스)

냉전기 북한의 제3세계 외교를 ‘자주·주체’의 관점에서 재구성한 글로벌 관계사

장세환2026년 5월 6일 오후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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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게릴라 그리고 위대한 지도자.jpg출판사 제공

벤자민 영의 『총, 게릴라 그리고 위대한 지도자』(너머북스, 2026‑05‑08)는 북한 현대사를 소련·중국의 주변부가 아닌 탈식민 세계와의 능동적 교섭 속에서 읽어내려는 시도다. 저자는 1956년부터 1989년까지 북한이 제3세계와 맺은 정치·군사·문화적 연대를 추적하며, ‘산업화한 비백인 소국’과 ‘주체’ 사상이 어떻게 국제적 위상을 형성했는지 분석한다.

책은 연대기적 흐름을 따라 다섯 장으로 구성된다. 초반부는 인도네시아·쿠바·북베트남 등과의 연대를 통해 김일성 정권이 탈식민 세계에서 얻은 상징적 자본을 보여 준다. 저자는 북한이 단순한 공산권의 하위 행위자가 아니라, 반제국주의·자주 담론을 매개로 제3세계의 ‘발전 모델’로 호소력을 발휘했다고 본다. 한 예로 저자는 김일성의 인도네시아 방문 일화를 인용해 문화적 상징 생산이 외교의 일부였음을 지적한다: “김일성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하는 동안, 수카르노 대통령은 그를 보고르 식물원으로 안내했다.” 중기 장들은 북한의 무상 지원(군사 고문·기술자·건축 프로젝트)과 친선 네트워크, 유학생·예술단 파견 등을 통해 ‘조선 모델’이 확산되는 과정을 상세히 복원한다. 1970년대 후반 가장 활발했던 시기에는 집단체조 강사 파견이나 관공서 건설 같은 ‘틈새 외교’가 북한의 전문성으로 작동했다. 1980년대 장에서는 버마 랑군 폭발 사건과 일본 적군파 연루 등 폭력적 외교의 전환을 다루며, 북한 외교가 점차 국제적 고립과 연계된 위험을 키웠음을 보여 준다. 저자는 아프리카를 남북한 정통성 경쟁의 핵심 무대로 제시하며, 북한의 대아프리카 정책이 단기적 선전이 아니라 장기적 정당성 구축 프로젝트였음을 논증한다. 또한 주체사상이 단순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탈식민 국가들의 ‘자주’ 욕망과 결합해 소프트파워로 작동했음을 강조한다. 자료는 미국·한국·중국·제3세계 사료를 폭넓게 활용해 다층적 서술을 제공한다.

저자의 ‘작은 나라 행위성’ 강조는 북한 연구의 시야를 확장한다. 다만 일부 사례(테러 연루·무기 거래)의 해석은 서구·현지 자료에 의존해 논쟁적일 수 있으며, 북한 내부 자료의 한계로 인해 정책 의도와 현장 실행 사이의 간극이 완전히 해명되지는 않는다. 제3세계 현지의 수용성에 대한 정량적 분석이 보강되면 설득력이 더 커질 것이다.

이 책은 북한을 냉전의 변방이 아닌 탈식민 세계와의 상호작용 속 행위자로 복원한다. 한반도 외교의 역사적 교훈을 찾는 연구자와 정책담당자에게 유용한 비교사적 관점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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