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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와 결별하는 용기, 『가족 해방』 (에이먼 돌런, 복복서가)
학대의 침묵을 깨고 절연을 ‘해방’으로 재정의하는 실천적 선언서
출판사 제공
최근 출간된 『가족 해방』은 가족 내 학대와 그로부터의 절연을 다룬 드문 실용서이자 선언서다. 저자 에이먼 돌런은 자신과 형제자매를 학대한 어머니와의 결별 경험을 출발점으로 삼아, 절연을 단순한 비극이 아니라 자기존중과 주체성 회복의 수단으로 제시한다. 책은 개인적 고백과 정신의학·심리학·사회학 연구, 생존자 인터뷰를 촘촘히 엮어 절연의 과정과 이후의 회복을 실질적으로 안내한다.
돌런은 절연을 ‘급작스러운 단절’로만 보지 않는다. 그는 절연이 점진적이고 규칙을 세우는 과정이며, 규칙 설정을 통해 생존자가 자신의 요구를 우선시하고 힘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절연 이후에도 남는 슬픔을 “현재 진행중인 상실”로 명명하며, 그 슬픔을 인정하는 일이 회복의 일부임을 강조한다. 책은 재양육, 내면의 비판적 목소리 다루기, 학대의 증상 목록화 등 구체적 실천을 제시해 당사자가 안전하게 관계를 정리하도록 돕는다.
저자는 학대의 사회적 맥락도 날카롭게 분석한다. 돌런은 ‘유해한 긍정성’—고통을 덮어버리는 사회적 압력—이 생존자의 목소리를 억누른다고 비판한다. 또한 복합 PTSD와 같은 아동기 트라우마의 장기적 영향을 조명하며, 기존 정신의학 체계가 이를 충분히 포착하지 못해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지연되어 왔다고 지적한다. 책은 법률·미디어·문화 전반이 어떻게 생존자의 입을 막아왔는지도 폭넓게 검토한다.
실증적 근거도 주목할 만하다. 돌런은 대규모 연구 결과를 인용해 절연의 긍정적 효과를 뒷받침한다. 책 속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2015년 케임브리지대학 가족연구센터에서 진행한 절연의 영향에 대한 연구… 응답자 중 80퍼센트가 긍정적인 결과를 보고했는데, ‘더 자유롭고 더 독립적이고 더 강한 사람이 된 기분이다’ ‘행복해지고 스트레스가 적어졌으며 좀더 평안해졌다’ 등의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이 같은 통계는 절연을 단순한 사회적 금기나 개인적 실패로만 볼 수 없게 만든다.
또한 저자는 절연 이후의 ‘선택 가족’(선택적 공동체)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혈연에 기반한 유대가 상처를 주는 경우, 스스로 관계를 재구성해 안전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 회복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돌런은 “우리는 가족에게 빚지지 않았다”는 단호한 선언을 통해, 피해자가 느끼는 부당한 죄책감을 해체하려 시도한다.
비평적으로, 이 책은 절연을 옹호하는 입장에 무게를 둔 만큼 반대 의견이나 화해의 가능성을 전면적으로 배제하지는 않지만, 화해만을 정답으로 강요해온 기존 담론에 강력한 균열을 낸다. 일부 독자는 절연의 현실적 비용(경제적·사회적 고립 등)에 대한 더 구체적 정책 제안이나 사회적 안전망 강화 방안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 해방』은 생존자 개인의 경험을 사회적 문제로 확장시키며, 절연을 둘러싼 담론을 전환시키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한다.
결론적으로, 『가족 해방』은 가정 내 학대의 피해자와 그를 돕는 전문가 모두에게 실용적 지침과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는 책이다. 절연을 ‘금기’가 아닌 ‘해방’으로 읽어내는 이 책은, 상처받은 이들이 자기 삶의 주체로 돌아갈 수 있도록 용기와 실천의 길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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