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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로 지은 집, 『건축은 예술인가』 (김원, 흰소)
한국 건축의 철학과 일상을 묻는 성찰적 에세이, 형이상학적 시선으로 주거와 풍경을 다시 읽다
출판사 제공
건축을 단순한 조형물이나 미적 대상에 한정할 수 있을까. 김원의 『건축은 예술인가』는 이 오래된 질문을 한국적 맥락에서 다시 묻는다. 저자는 건축을 예술로만 환원하는 관점을 넘어서, 건축이 담아내는 사상과 생활, 생태와 시간의 총체적 장(場)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개정증보판은 초판 이후 쌓인 사유를 다듬어 한국 건축의 근본적 문제들을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책은 사상·집터·생태·시간·공간·크기·풍경·여백·절제·지혜·이름·건축·화해라는 열세 개의 키워드로 구성된다. 각 장은 단순한 이론적 논의가 아니라 설계자이자 사유자로서의 저자가 현장에서 보고 느낀 사례와 역사적 맥락을 교차시키며 전개된다. 퇴계의 도산서원에서 우물과 샘물이 지닌 의미를 읽어내는 대목, 르코르뷔지에의 사회적 주거 실천을 통해 건축의 정치적·윤리적 책임을 환기하는 장면 등은 이 책이 미학적 논쟁을 넘어 사회적 담론을 건드린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저자가 특히 문제 삼는 것은 한국 현대 건축의 병리다. ‘건축자본주의’와 ‘아파트 공화국’으로 상징되는 주거 양식은 삶의 풍경을 단절시키고, 건축을 소비적 이미지로 축소시켰다. 김원은 이러한 흐름을 비판하면서도 단순한 복고나 미학적 반발을 제안하지 않는다. 대신 순천적이고 생태적인 시선, 절제와 겸손의 가치를 회복할 것을 촉구한다. 건축은 형태의 과시가 아니라 사람과 장소, 시간과 관계를 잇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문체는 사유적이면서도 현장감이 있다. 설계자로서의 경험과 인문학적 성찰이 교차하며 독자를 건축의 구체적 사례로 이끈다. 저자는 한국 전통 건축이 ‘형태를 먼저 만들지 않고 사람이 머무를 자리를 먼저 생각’했던 점을 강조하며, 그 안에 깃든 이름과 기능, 여백의 철학을 복원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아름다움’은 목적이 아니라 결과로 드러난다—절제와 적절함이 만들어낸 풍경이 자연스럽게 아름다움을 낳는다는 관점이다.
비평적으로 보면, 이 책은 질문을 던지는 데 탁월하지만 모든 독자가 기대하는 수준의 정책적 대안이나 즉시 적용 가능한 설계 매뉴얼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다만 저자의 목표는 해결책을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건축이 잃어버린 사유의 지평을 복원하고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질문하게 만드는 데 있다. 건축을 예술로 규정하는 대신 인문학적 관점에서 재정의하려는 시도는 한국 건축 담론에 신선한 균열을 낸다.
결국 이 책은 건축을 사랑하는 이들뿐 아니라 도시와 주거, 문화의 미래를 고민하는 독자에게도 유효한 성찰을 제공한다. 건축을 통해 사회를 읽고, 삶의 자리를 다시 묻고자 하는 이들에게 『건축은 예술인가』는 하나의 길잡이가 된다. 건축이 예술인가라는 질문은 결론을 내리기보다 우리가 어떤 삶을 지향할 것인가를 묻는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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