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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우정의 균열과 회복, 『라면이 익는 시간』 (봉경미, 청개구리)

비교와 경쟁이 만든 상처를 들여다보는 초등 성장동화, 친구의 의미를 묻다

최준혁2026년 5월 4일 오후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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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이 익는 시간.jpg출판사 제공

요즘 아이들 세계에서 경쟁은 교실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다. 성적, 학원, 비교의 말들이 쌓이면서 가장 가까운 관계마저 금이 가는 일이 잦다. 봉경미의 장편동화 『라면이 익는 시간』은 바로 그런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절친이던 하영과 가람의 우정이 부모들의 비교와 아이들 사이의 오해로 서서히 틀어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야기는 두 아이의 일상적 장면들을 통해 감정의 미세한 변화들을 포착한다. 작은 비꼼과 쌓이는 오해, 말 대신 쏟아지는 복수심이 어떻게 관계를 갉아먹는지 보여주고, 그 결과로 드러나는 외로움과 불안이 얼마나 현실적인지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갈등은 극적 사건으로 폭발하기보다 일상의 말과 행동 속에서 서서히 커진다.

작가는 극적 해결 대신 공감과 대화의 가능성을 남긴다. 서로를 향한 불만과 상처가 쌓인 뒤에도, 이해와 사과의 작은 시도들이 관계를 되살리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친구의 의미는 단순한 친밀함이 아니라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고 끝까지 함께하려는 태도임을 이야기 속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초등 고학년 독자에게 적절한 심리 묘사와 현실감 있는 대사는 이 책의 강점이다. 부모와 교사에게도 유용한 통찰을 준다. 아이들 사이의 갈등을 단순히 훈육이나 성과로만 해결하려 하기보다, 감정의 흐름을 읽고 안전한 대화의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개정판으로 다시 펴낸 이번 판은 봉경미 작가의 첫 장편을 현재의 독자들에게 맞춰 다듬은 결과다. 친구 관계에서 오는 상처와 회복의 과정을 진지하면서도 따뜻하게 담아낸 이 책은, 경쟁이 일상화된 교실에서 ‘함께’의 가치를 다시 묻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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