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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가쁜 추격 속에서 수의 개념을 풀다, 『배고픈 수탉과 대단한 지렁이』 출간 (쪼, 한울림어린이)
농장 추격전을 통해 명수사와 수 읽기를 자연스럽게 담은 창작 그림책
출판사 제공
마당을 어슬렁거리던 수탉이 지렁이를 발견하면서 농장은 순식간에 부산해진다. 『배고픈 수탉과 대단한 지렁이』는 배고픈 수탉과 도망치는 지렁이의 추격전만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그림책이다. 사건은 단순하지만, 전개는 빠르고 공간은 넓다.
이 책은 수탉이 지렁이를 쫓아 농장 곳곳을 질주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고양이 두 마리를 뛰어넘고, 농부 세 명을 피해 달리며, 창고 네 채 사이를 지나가는 동안 이야기는 멈추지 않는다. 숨어 있거나 설명하는 장면 없이, 움직임 자체가 책의 리듬을 만든다.
작품의 특징은 추격 서사에 학습 요소를 직접 드러내지 않고 결합했다는 점이다. 동물은 ‘마리’, 사람은 ‘명’, 건물은 ‘채’처럼 사물을 세는 단위가 장면 속에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수를 세는 행위는 설명이나 지시가 아니라, 지렁이의 이동 경로를 따라가며 반복된다.
그림은 컷아웃 기법을 활용해 형태를 단순화했다. 선명한 색과 경쾌한 배치는 수탉과 지렁이의 속도감을 강조하며, 농장의 구조를 한눈에 파악하게 만든다. 화면 전환은 빠르지만 복잡하지 않고, 장면마다 시선이 이동할 방향이 분명하다.
이야기를 이끄는 언어 역시 특징적이다. “어슬렁어슬렁”, “푸드덕”, “후다닥” 같은 의성어와 의태어가 반복되며, 말 소리만으로도 장면의 분위기를 전달한다. 읽는 방식에 따라 소리 내어 따라 읽거나, 그림의 흐름만으로도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다.
『배고픈 수탉과 대단한 지렁이』는 분명한 교훈이나 도덕적 결론을 앞세우지 않는다. 수탉의 성공이나 실패보다, 쫓고 쫓기는 과정 자체가 핵심이다. 마지막 장면의 반전 또한 설명 없이 제시되며, 독자의 해석에 열려 있다.
이 책은 4~7세를 주 독자로 하는 그림책이지만, 놀이와 읽기의 경계를 강화하지 않는다. 수 읽기에 집중해도 되고, 추격의 재미에만 몰입해도 무방하다. 장면마다 숨겨진 요소를 찾는 방식으로도 접근할 수 있다.
저자 쪼는 이 책을 ‘쪼대로’ 즐기기를 제안한다. 정답이나 규칙을 먼저 제시하지 않고, 독자의 속도와 관심에 따라 읽히기를 전제한 구성이다. 그림책의 기능을 학습이나 서사 중 하나로 고정하지 않는다.
『배고픈 수탉과 대단한 지렁이』는 한울림 꼬마별 그림책 시리즈의 한 권으로, 짧은 분량 안에서 움직임과 구조를 분명히 보여 준다. 빠른 이야기 전개 속에서 수 개념과 언어 리듬을 함께 담아낸 점이 이 책의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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