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세

newbooks

기관사의 현장 에세, 『지구별 항해』 출간 (정현우, 스토리팜)

한진해운 파산 이후, 기관사의 진로 전환과 현장 기록을 담은 에세이

장세환2026년 4월 30일 오후 12:30
210

지구별 항해.jpg출판사 제공

한 번 세운 인생 계획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일은 드물지 않다. 특히 개인의 선택과 무관한 구조적 사건 앞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구별 항해』는 세계 7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의 파산을 현장에서 겪은 한 기관사의 기록에서 출발한다.

이 책의 저자 정현우는 해양대학 진학부터 상선 기관사, 선박 검사원, 그리고 교육자로 이어지는 이력을 따라가며 자신의 항로 변경 과정을 정리한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성공담’보다 예상 밖의 난파와 그 이후의 선택들이 놓여 있다.

책의 전반부는 세 번의 수능 도전 끝에 해양대학교에 입학하고, 바다로 나가기까지의 과정을 다룬다. 남들보다 늦은 출발이라는 자의식과 함께, 해기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배경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된다. 실습선과 첫 항해의 경험은 이후 나올 사건들의 기준선이 된다.

전환점은 한진해운의 파산이다. 태평양 항해 중 파산 소식을 접하고, 하선을 앞둔 시점에서 실직을 맞는 과정은 이 책의 핵심 사건으로 다뤄진다. 저자는 회사의 해체와 함께 개인의 경력 설계가 무너지는 상황을 기관실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기록한다.

이후 책은 다른 선사로 옮겨 다시 항해를 이어가는 과정과, 기관사로서 경력을 쌓아 가는 시간을 따라간다. 선상 근무와 병행한 기록 정리, 교재 집필, 그리고 일등 기관사와 견습 기관장까지의 과정이 연대기적으로 정리된다. 기술 숙련과 조직 내 관계에 대한 경험도 함께 서술된다.

후반부에서는 진로 선택의 또 다른 전환이 등장한다. 저자는 안정적 직장으로 평가받는 선박 검사원 경력을 거쳐, 다시 교육 현장으로 옮긴다. 해기사를 양성하는 강단에 서게 된 배경과 후배 세대에 대한 시선이 비교적 담담하게 정리된다.

『지구별 항해』는 항해와 기관실이라는 전문 영역을 바탕으로 쓰인 에세이지만, 특정 직종의 기술서로 구성되지는 않는다. 대신 예기치 않은 사건 이후 경로를 수정해 나가는 과정과, 그 선택을 기록으로 남긴 점이 특징이다.

이 책은 한 해기사의 개인사를 통해 해양 산업의 한 장면과 진로의 변화 가능성을 함께 보여 주는 기록물이다. 한 시기의 붕괴 이후 다시 이어진 과정만을 정리하며, 판단은 독자에게 남겨 둔다.

관련 기사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6월 10일 오후 3:56
9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6월 10일 오후 3:52
12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6월 10일 오후 3:45
8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