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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다, 『괜찮은 어른』 신간 (홍순지·드루)
허난설헌에서 단종, 영친왕까지 역사로 배우는 성찰의 기준
출판사 제공
『괜찮은 어른』은 “나는 어떤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정면에서 다시 꺼내 드는 책이다. 홍순지 작가는 이 책에서 ‘성공한 인물’이나 ‘위대한 영웅’이 아니라, 흔들리며 선택하고 성찰했던 역사 속 인물들의 삶을 통해 오늘의 어른이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다.
정보가 넘쳐나고 각자의 삶이 정답처럼 소비되는 시대지만, 정작 어떤 어른을 삶의 이정표로 삼아야 할지는 명확하지 않다. 『괜찮은 어른』은 이 혼란의 원인을 외부 환경이 아니라, 스스로 삶의 맥락을 해석하고 중심을 세우는 힘, 즉 성찰의 약화에서 찾는다. 이 책은 나이를 먹는 것과 어른이 되는 것이 과연 같은 일인지 묻는다.
홍순지는 역사를 암기해야 할 과거로 다루지 않는다. 그는 역사를 현재를 읽는 도구로 삼아, 자격지심과 관계의 피로, 성공에 대한 불안 속에서 흔들리는 현대인의 내면과 역사 속 인물의 선택을 나란히 놓는다. 허난설헌, 단종, 정조, 강감찬, 남자현, 강주룡, 영친왕 등 지난 오천 년의 시간 속에서 선택을 감당했던 이들의 삶은 ‘어른다움’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이 책은 총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1장은 내면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인생을 파도에 비유하며, 중요한 것은 파도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몸을 맡기고 방향을 재조정하는 지혜라고 말한다. 허난설헌의 삶을 통해 개인의 고통을 사회적 질문으로 확장하는 성찰의 힘을 짚고, 독서와 사색이 삶의 중심을 어떻게 지탱하는지 설명한다.
2장은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행복은 성취가 아니라 관계에서 나온다는 전제 아래, 감정을 다스리는 평정심, 가족과 공동체의 힘, 돌봄과 조력의 가치를 역사 속 사례로 풀어낸다. 이 장에서 어른은 ‘지시하는 존재’가 아니라 ‘버틸 수 있게 만드는 존재’에 가깝다.
3장은 성공에 대한 재정의를 시도한다. 저자는 성공을 결과가 아닌 과정의 정당성으로 바라본다. 세조의 정변을 둘러싼 역사적 평가, 목적과 수단의 불일치가 남긴 교훈을 통해, 성취가 일시적일 수는 있어도 정당성을 잃은 행동은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회복 탄력성과 자립의 의미는 역사적 선택의 맥락 속에서 더욱 또렷해진다.
4장은 시선을 바꾸는 연습이다. 저자는 하나의 사건에도 다양한 관점이 존재함을 강조하며, 경계인의 시선과 다른 시대, 다른 입장에 선 이들의 선택을 소개한다. 역사를 이렇게 읽을 때, 독자는 선악의 이분법 대신 성숙한 이해에 도달하게 된다.
『괜찮은 어른』의 특징은 영웅을 우상화하지 않는 태도에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완전하지 않다. 오히려 자격지심에 흔들리거나, 시대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실패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실패를 대하는 태도, 자신을 성찰하는 깊이에서 ‘어른다움’의 기준이 생겨난다.
홍순지는 어른의 조건을 도덕적 완벽함에서 찾지 않는다. 그는 “타인이 정한 경계는 나를 가두지만, 내가 정한 경계는 나를 완성한다”는 메시지를 통해, 자기 성찰 없이 권위만 남은 어른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선조의 자격지심, 인조의 명분 집착 같은 사례는 오늘의 리더십과도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읽히는 역사책이 아니라, 어른을 위한 역사책이다. 부모의 위치, 조직의 위치, 사회적 역할에 서 있는 사람들이 다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돕는다. 역사를 안다는 것은 결국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왔는지를 묻는 일이라는 점이 책 전반에 일관되게 흐른다.
『괜찮은 어른』은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독자에게 질문을 남긴다.
나는 지금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는가.
나는 타인의 경계를 따르고 있는가, 아니면 나만의 경계를 세우고 있는가.
이 책은 ‘어른 없음’을 한탄하기보다, 이미 살아 있는 성찰의 전통을 불러온다. 역사는 멀리 있지 않고, 지금 우리 안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인식이 『괜찮은 어른』의 핵심이다.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에 지친 이들에게, 이 책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당신은 생각보다 더 위대하다.
다만, 그 위대함은 성찰에서 시작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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