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상세
“서툴러도 함께하면 괜찮아” 『우리 집에 왜 왔어!』 출간 (박유진·파란자전거)
다름이 부딪히며 우정이 자라는 햇살마을의 세 가지 이야기
출판사 제공
『우리 집에 왜 왔어!』는 친구에게 상처 주는 말부터 먼저 튀어나오는 아이의 마음을 정면으로 다루는 그림책이다. 빨리빨리 잘하고 혼자서도 척척 해내는 주인공 토도는, 누구보다 친구를 좋아하지만 마음을 말로 전하는 데 서툴다. 이 서툼은 “우리 집에 왜 왔어!”라는 말로 먼저 드러난다.
이 그림책은 티격태격 부딪히며 서로를 알아 가는 햇살마을 친구들의 세 가지 이야기를 통해, 우정이란 닮음이 아니라 다름을 견디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느리지만 성실한 아고, 늘 함께하고 싶은 람지, 자유분방하고 말 많은 구리와의 만남 속에서 토도는 갈등과 화해를 반복한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토도는 느릿느릿한 아고가 답답하다. 덩굴에 감겨 도와달라고 찾아오는 아고를 매번 구해 주면서도, 토도는 짜증부터 낸다. 자신은 빠르게 일을 끝내고 싶은데, 아고는 한자리에 앉아 천천히 씨를 뿌린다. 토도는 혼자 하겠다고 말해 버리고, 아고는 풀이 죽어 돌아간다. 혼자 남은 토도는 과연 편해졌을까. 이 장면은 ‘능숙함’과 ‘함께함’ 사이의 균열을 조용히 드러낸다.
두 번째 이야기는 뭐든 같이하고 싶어 하는 람지와의 만남이다. 람지는 촐싹대고 여기저기 움직이며 토도의 계획을 흐트러뜨린다. 토도는 혼자서 해내는 데 익숙한 아이고, 람지는 함께할 때 즐거운 아이이다. 같은 가을, 같은 도토리 밭에서 이들의 속도와 방식은 여러 번 충돌한다. 하지만 이 충돌은 결국 토도가 스스로의 한계를 자각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세 번째 이야기는 가장 감정적인 장면으로 향한다. 여행을 다니다 집을 잃은 구리가 토도의 집을 찾아온다. 토도는 걱정하며 집 짓기 계획을 세우지만, 구리는 수다에만 몰두한다. 계획이 틀어질수록 토도의 감정은 거칠어지고, 결국 친구들을 모두 내쫓는다. 그럼에도 토도는 추운 밤 집을 잃은 구리를 외면하지 못한다. “왜 또 왔어!”라는 말 뒤에 숨어 있는 토도의 진짜 마음이 이 대목에서 또렷해진다.
『우리 집에 왜 왔어!』는 아이들에게 ‘착해야 한다’거나 ‘참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서 생기는 오해를 보여준다. 토도는 까칠하지만, 친구를 돕고 싶은 마음이 분명하다. 다만 그 마음을 전하는 방법이 서툴 뿐이다. 이 그림책은 그 서툶 자체를 부끄러운 것으로 만들지 않는다.
박유진 작가는 이 작품을 “친구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이야기”라고 밝힌다. 토도와 아고, 람지, 구리는 모두 작가 자신의 모습 일부를 닮아 있다. 서로 다른 성격과 속도가 한 인물 안에도 공존한다는 점은, 이 이야기가 단순한 우정담을 넘어 자기 이해에 관한 그림책이 되게 만든다.
이 책이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서툴러도 괜찮고, 부족해도 괜찮다는 것. 개인의 완벽함보다 함께 채워 가는 과정이 관계를 단단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어린 독자들은 토도의 버럭거림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발견하고, 친구들의 반응 속에서 관계를 배우게 된다.
그림 또한 이야기의 정서를 안정감 있게 받쳐 준다. 과장되지 않은 표정과 부드러운 색감은 갈등 장면에서도 긴장을 완화하며, 아이들이 인물의 감정에 자연스럽게 공감하도록 돕는다. 햇살마을이라는 공간은 안전하지만 닫혀 있지 않은 세계로 그려진다.
『우리 집에 왜 왔어!』는 우정을 미화하지 않는다. 대신 우정이 성격의 차이, 속도의 차이, 표현의 차이에서 생기는 마찰을 견디는 일임을 보여준다. 친구란 언제나 다정하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 때로는 버겁고 귀찮고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일 수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그래서 이 그림책은 어린이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혼자 잘하는 것도 좋지만, 함께 서툴러도 괜찮다고.
말이 먼저 튀어나가도, 마음은 나중에 전해질 수 있다고.
『우리 집에 왜 왔어!』는 다름을 없애지 않고 안고 가는 법을 가르치는 그림책이다. 함께 있기 때문에 더 복잡해지는 감정들을 외면하지 않고, 그 속에서 자라는 우정의 힘을 차분히 보여준다.
관련 기사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