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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그만두는 법이 아니라 삶을 다시 설계하는 법, 『저 먼저 퇴직하겠습니다』 신간 (김주연·미다스북스)
직장인이 아닌 ‘인생 기획자’로 이동하기 위한 조기 퇴직의 기록
출판사 제공
『저 먼저 퇴직하겠습니다』는 퇴직을 선언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이 말하는 퇴직은 회사를 떠나는 사건이 아니라, 삶의 주도권을 다시 쥐는 선택에 가깝다. 간호사로 4년, 평범한 직장인으로 21년을 보낸 김주연은 이 책에서 “직장인이 아닌 인생 기획자”로 이동하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하게 기록한다.
이 책은 흔한 퇴사 에세이처럼 감정의 해방이나 조직 비판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퇴직을 하나의 ‘과정’으로 다루며, 언젠가는 누구나 마주하게 될 퇴직을 미리 준비하는 삶의 태도를 제안한다. 퇴직을 앞둔 불안, 결정을 미루게 만드는 현실의 조건들, 그리고 퇴직 이후의 삶을 어떻게 채워갈 것인지까지를 단계적으로 풀어낸다.
1장은 회사 안에서의 삶을 돌아보는 데서 시작한다. 저자는 일과 삶의 균형을 어떻게 고민해 왔는지, 역량과 성과를 통해 자신을 증명하려 했던 태도, 돈과 자유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서술한다. 회사는 저자를 소모시키는 공간이기 전에, 자신을 알아가는 장소였다는 점이 이 장에서 분명해진다.
2장에서 퇴직은 본격적인 선택의 문제로 등장한다. 김주연은 퇴직을 결심한 순간이 단번에 찾아오지 않았다고 말한다. 반복되는 업무, 상사의 삶에서 미리 엿본 자신의 미래, 그리고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질문이 쌓여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되었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회사형 인간인가, 사업형 인간인가”라는 질문보다, 자신이 원하는 삶의 형태를 묻는 일이 더 중요했다고 강조한다.
3장은 이 책의 현실성이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저자는 퇴직을 미루거나 감행하는 기준으로 ‘타이밍’을 말한다. 감정이 바닥일 때가 아니라, 기분이 비교적 괜찮을 때 떠나는 용기, 체력과 경제적 기반, 시간을 대하는 태도까지 퇴직 전 반드시 점검해야 할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정리한다. 퇴직이 충동이 되지 않도록 돕는 체크리스트와 워크북은 이 책이 단순한 경험담을 넘어선다는 점을 보여준다.
4장은 퇴직 이후의 삶을 다룬다. 새벽을 되찾고, 읽고 쓰는 루틴을 만들고, 관계를 다시 정리하며 ‘나의 정체성’을 세워가는 과정이 담긴다. 저자는 퇴직 이후 비로소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는 삶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엄마와 보내는 시간, 독서 모임과 커뮤니티,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기대까지, 삶의 리듬이 회사 중심에서 자신 중심으로 이동하는 변화를 기록한다.
『저 먼저 퇴직하겠습니다』가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핵심은 ‘직진’이다. 퇴직은 회피나 도피가 아니라, 충분히 고민한 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직선의 선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인생이 짧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원하는 삶을 정했다면 사소한 문제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 것을 권한다.
이 책은 조기 퇴직을 권유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퇴직을 하지 않더라도, 지금의 삶을 어떻게 설계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게 만든다. 퇴직은 수단이고, 목적은 자유롭고 책임 있는 삶이다. 돈, 시간, 건강이 균형을 이루어야 진정한 자유가 가능하다는 저자의 인식은 현실적이면서도 무르지 않다.
김주연은 자신을 ‘읽고 쓰며 나누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독서와 기록, 사람과의 연결을 통해 자기 이해를 넓혀온 과정은 이 책 전반에 반복된다. 특히 “자신을 알아가는 데 쓰는 돈은 결코 아깝지 않다”는 문장은, 커리어 관리보다 자기 이해가 우선되어야 함을 분명히 한다.
『저 먼저 퇴직하겠습니다』는 성공담이 아니다. 조기 퇴직 이후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대신 저자는 여전히 달리고 있으며, 자신의 삶을 계속 설계 중임을 숨기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의 톤은 확신보다는 동행에 가깝다. “회사에 다니지 않는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니까요”라는 문장은, 퇴직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가장 정확한 문장처럼 남는다.
이 책은 회사를 그만두는 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묻는다.
지금 당신의 삶은 누구의 계획 위에 올라가 있는가.
그리고 당신은 언제, 어떤 기준으로 그 계획을 다시 그릴 것인가.
『저 먼저 퇴직하겠습니다』는 퇴직을 선언하는 책이 아니라, 삶의 설계를 다시 시작하자는 제안이다. 직장이라는 틀 안에서만 자신을 정의해 왔던 이들에게, 이 책은 하나의 조용한 질문이자 현실적인 나침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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