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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 다시 묻는 우정의 의미, 『서른의 친구』 신간 (김가지·문학동네)
관계의 유통기한 앞에서 망설이는 마음을 그린 픽션 만화
출판사 제공
『서른의 친구』는 서른을 넘긴 이후 마주하게 되는 인간관계의 변화와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한 픽션 만화다. 『저 청소일 하는데요?』로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얻어온 김가지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서툰 관계와 우정의 의미를 차분하게 되짚는다.
이야기는 “지구별에 나 혼자 있는 거 같은 이 기분이 너무 무거워”라는 문장에서 출발한다. 주인공 은아는 30대 중반의 직장인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느라 예전처럼 쉽게 연결되지 않는 친구들과의 거리감을 체감한다. 이전에는 당연했던 연락과 만남은 점점 줄어들고, 관계는 유지된 채 감정만 희미해져 간다.
『서른의 친구』는 관계가 사라지는 과정보다, 관계가 달라지는 순간에 주목한다. 은아가 겪는 것은 극적인 단절이 아니라 설명하기 어려운 어색함과 침묵이다. 작가는 이 미묘한 감정을 직장 동료와의 긴장, 소개팅 자리의 불편함, SNS를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타인의 근황 같은 장면으로 구체화한다.
이 작품에서 우정은 더 이상 삶의 중심에 놓이지 않는다. 10대에는 영원할 것 같았고, 20대에는 전부처럼 느껴졌던 우정은 30대에 이르러 어떤 책임과 선택 앞에서 뒤로 밀려난다. 『서른의 친구』는 그 사실을 부정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과정 자체를 서사로 삼는다.
은아는 가까웠던 인연과의 상처를 경험한 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법을 배운다. 상처받지 않기 위한 선택은 감정을 덜 소모하는 방향으로 자신을 바꾸지만, 동시에 고립감을 키운다. 이 긴장은 작품 내내 반복되며,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친구’라는 새로운 관계의 정의로 이어진다.
『서른의 친구』는 관계의 끝을 실패로 규정하지 않는다. 떠나간 인연은 은아를 비워내는 동시에, 다른 가능성을 남긴다. 작가는 이를 단절이 아닌 확장으로 바라보며, 다시 타인을 향해 손을 내미는 용기에 주목한다. 어른이 되어 친구를 사귀는 일은 자신의 안전한 구역을 잠시 벗어나는 일이지만, 그만큼 세계를 넓히는 경험이기도 하다.
김가지 특유의 담백한 화풍과 절제된 대사는 이 작품의 정조를 안정적으로 이끈다. 과도한 설명 없이도 인물의 감정은 표정과 여백 속에 남겨지고, 독자는 그 공백을 자신의 경험으로 채우게 된다. 픽션 만화의 형식을 취하지만, 일상의 체감과 감정은 현실에 가까이 닿아 있다.
이 책은 ‘연결을 유지하라’거나 ‘관계를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왜 관계 앞에서 망설이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다시 관계를 욕망하는지를 묻는다. 질문은 정답보다 오래 남는다.
『서른의 친구』는 외로움이 개인의 문제처럼 느껴지는 시대에, 관계의 변화가 얼마나 보편적인 경험인지 조용히 보여준다. 은아의 이야기는 특정 세대의 전형이 아니라, 지금 이 나이에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된 많은 이들의 감각을 대변한다.
이 작품은 우정을 회복하는 이야기라기보다는, 우정을 다시 정의하는 이야기다. 관계의 유한함을 인정한 뒤에도, 여전히 타인을 향해 손을 내밀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독자에게 건넨다. 『서른의 친구』는 그 조심스러운 용기의 순간을 담담하게 기록한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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