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상세
떠나보내는 사랑의 역사, 『칠드런스 트레인』 신간 (비올라 아르도네·문학동네)
전쟁 이후 이탈리아,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낸 연대와 가족의 의미
출판사 제공
『칠드런스 트레인』은 제2차세계대전 직후 이탈리아에서 실제로 있었던 ‘행복 열차’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한 장편소설이다. 작가 비올라 아르도네는 전후 빈곤에 시달리던 남부 지역의 아이들을 혹독한 겨울 동안 북부와 중부의 가정에 보내 보호했던 역사적 사건을, 일곱 살 아이의 시선으로 재구성한다.
소설의 배경은 1946년 나폴리다. 전쟁은 끝났지만 가난과 결핍은 계속되고, 주인공 아메리고는 엄마와 단둘이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간다. 아이를 기차에 태워 먼 지역으로 보내자는 이야기가 떠돌지만, 그 의미는 불확실하다. 구원을 위한 연대인지, 아이들을 버리는 행위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아메리고는 엄마의 손에 이끌려 기차에 오른다.
기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삶의 경계를 가르는 장치로 작동한다. 아메리고는 북부 모데나에서 여성 노동조합원 데르나의 집에 맡겨지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환경을 경험한다. 충분한 음식과 따뜻한 잠자리, 학교와 음악 수업은 아이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동시에 이 모든 것은 언젠가 끝날 임시의 삶이라는 불안을 함께 안긴다.
『칠드런스 트레인』은 성장 소설이지만, 성장을 미화하지 않는다. 아이는 배부름과 안정 속에서도 끊임없이 남겨진 엄마를 떠올리고, 사랑과 상실이 동시에 작동하는 감정을 겪는다. 작가는 이 복합적인 감정을 어린아이의 언어로 절제해 표현하며, 독자가 해석의 여지를 갖도록 남겨둔다.
특히 소설이 던지는 핵심 질문은 ‘사랑이란 무엇인가’이다. 아이를 붙들어 두는 것이 사랑인지, 더 나은 삶의 가능성을 위해 떠나보내는 것이 사랑인지에 대한 질문은 작품 전반을 관통한다. 작품 속에서 “때로는 붙들어두는 것보다 떠나보내는 게 더 큰 사랑일 수 있다”는 말은, 개인적 선택이자 사회적 연대의 의미를 동시에 품는다.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이 역사가 집단적 영웅담이나 정치적 선언으로 서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행복 열차’는 공산당 여성연맹을 중심으로 한 조직적 실천이었지만, 소설은 그 이념보다 아이와 가족의 경험에 집중한다. 연대는 구호가 아니라, 누군가의 밥상과 침대, 기다림을 나누는 구체적인 행위로 그려진다.
후반부에 이르면 서사는 시간의 도약을 통해 성인이 된 아메리고의 시점으로 전환된다. 어린 시절의 선택과 그로 인해 나뉘어 버린 삶의 선로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다시 겹쳐지지 않는다. 이 전환은 아이의 경험이 일시적인 사건이 아니라, 한 인간의 정체성을 형성한 결정적 분기였음을 드러낸다.
『칠드런스 트레인』은 2019년 출간 이후 전 세계 36개국에 소개되었고, 2024년에는 넷플릭스 영화로 제작되었다. 소설은 정치적 격변과 극단적 가난이라는 역사적 조건 속에서도, 인간이 타인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를 조용히 묻는다.
이 작품은 전쟁 소설이면서 가족 소설이고, 성장 소설이면서 연대에 관한 이야기다. 『칠드런스 트레인』은 아이의 눈높이에서 출발하지만, 독자를 어른의 질문으로 이끈다. 가족이란 무엇인지, 사랑은 언제 희생을 요구하는지, 그리고 그 선택의 흔적은 얼마나 오래 남는지를 차분하게 보여준다.
관련 기사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