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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아버지의 역사』 신간 (어거스틴 세지윅·지식의날개)
사랑과 권력이 교차한 5천 년, 부성과 남성성의 기원을 추적하다
출판사 제공
『아버지의 역사』는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질문하지 않았던 존재, ‘아버지’의 기원을 묻는 책이다. 역사학자 어거스틴 세지윅은 이 책에서 부성(父性)을 개인적 관계가 아니라 사회를 지탱해 온 제도로 바라보며, 사랑과 권력이 어떻게 결합해 왔는지를 5천 년의 역사 속에서 추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부성은 역사 기록 이래 인류의 정체성과 상속, 질서를 규정해 온 가장 견고한 제도였지만, 정작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거의 탐구되지 않았다. 『아버지의 역사』는 바로 이 공백에서 출발해,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구 사회에서 ‘아버지’라는 역할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해 왔는지를 서사적으로 풀어낸다.
책은 추상적인 이론 대신 인물 중심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아리스토텔레스,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 헨리 8세, 토머스 제퍼슨, 찰스 다윈, 지그문트 프로이트, 밥 딜런 등 각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이들이 정치적·사회적 위기의 순간에 나름의 방식으로 ‘아버지 상’을 재구성하며 권위를 유지하려 했다고 본다.
세지윅이 주목하는 핵심은 아버지의 이중적 위치다. 아버지는 가족을 부양하고 사랑하는 존재인 동시에, 가부장제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통제자이기도 했다. 보호와 억압, 헌신과 지배라는 상반된 역할은 끊임없는 긴장을 낳았고, 이는 곧 남성성의 위기로 반복되어 나타났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아버지의 역사』는 부성을 고정된 본성이 아니라 역사적 산물로 다룬다. 책은 부성이 신, 국가, 경제, 전쟁, 가정이라는 영역과 결합하며 변화해 온 과정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좋은 아버지’의 기준 역시 시대마다 달라졌으며, 남성성 또한 자연적 속성이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 낸 역할임이 드러난다.
후반부로 갈수록 책은 현대 사회의 문제로 시선을 옮긴다. 반복되는 ‘남성성의 위기’ 담론, 변화하는 가족 형태, 돌봄과 권위 사이에서 흔들리는 아버지의 위치는 모두 이 긴 역사 위에 놓여 있다. 세지윅은 부성과 남성성이 과거에 만들어졌듯, 다시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제안한다.
이 책은 페미니즘 이론이 가부장제를 비판해 온 흐름을 잇되, 그와 다른 접근을 시도한다. 가부장제를 단순히 폭로하거나 단죄하기보다는, 그것이 어떻게 ‘자애로운 통제’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어 왔는지를 차분히 해부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권력의 작동 방식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아버지의 역사』는 학술서이면서도 서사적 읽는 재미를 갖춘 책이다. 거시적인 역사 분석과 개인의 삶을 오가는 구성은, 아버지라는 역할을 한 인간들이 처했던 현실과 감정을 함께 보여준다. 마지막 장에서 저자가 자신의 어린 아들과 나눈 대화를 언급하는 대목은, 긴 역사적 여정이 결국 오늘의 질문으로 이어짐을 상징한다.
이 책은 아버지에 대한 찬가도, 고발문도 아니다. 『아버지의 역사』는 우리가 너무 쉽게 당연하게 여겨온 부성이라는 제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그 유산이 오늘 우리 삶에 어떤 흔적을 남기고 있는지를 묻는다. 가족과 권력, 남성성과 돌봄을 다시 사유하려는 독자에게 중요한 기준점을 제공하는 역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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