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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대신 심연을 바라보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어둠의 천문학』 신간 (은하른·든해)

별빛 아래 숨겨진 우주의 공포, ‘코즈믹 호러’로 다시 읽는 천문학

장세환2026년 4월 29일 오후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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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어둠의 천묵학.jpg출판사 제공

우리는 밤하늘을 떠올릴 때 흔히 낭만과 위안을 함께 연상한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어둠의 천문학』은 이 익숙한 감각을 정면으로 뒤집는다. 이 책은 우주를 따뜻한 배경이 아니라, 인간 존재를 압도하는 거대한 심연으로 바라보며 천문학을 전혀 다른 정서로 풀어낸다.

저자 은하른은 블랙홀, 우주의 팽창, 외계 문명, 태양계의 위협 같은 익숙한 주제를 ‘코즈믹 호러’라는 감각으로 재구성한다. 여기서 호러는 공포 연출이 아니라, 우주가 지닌 근본적인 무관심과 압도적 규모에서 비롯된다. 별은 인간을 위로하지 않으며, 우주는 인간의 안위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전제 위에서 설명이 이어진다.

이 책의 특징은 단순한 지식 전달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학적 사실과 이론을 나열하는 대신, 그 사실이 인간의 감각과 인식에 어떤 충격을 주는지를 함께 묻는다.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 우주의 암흑, 응답 없는 외계 문명에 대한 가설들은 독자로 하여금 “우주는 아름다운가, 아니면 두려운가”라는 질문 앞에 서게 만든다.

구성은 네 개의 파트로 나뉜다. 1부 ‘코즈믹 호러’에서는 우주의 위협과 파괴 가능성을, 2부 ‘코즈믹 론리니스’에서는 인간 문명이 우주에서 얼마나 고독한 존재인지 탐색한다. 3부 ‘솔라 시스템 파일’은 태양계 내부의 과학적 미스터리를 다루며, 4부 ‘코즈믹 일루전’에서는 별자리, 가로등, 시간 측정 등 우리가 우주를 오해해온 지점을 짚는다.

제목과 달리 『어둠의 천문학』은 비관만을 말하지 않는다. 우주의 냉혹함을 직면할수록, 인간이 가진 상상력과 질문의 가치가 더 선명해진다는 관점이 책 전반에 흐른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상상이 새로운 우주를 만든다고 말하며, 두려움 속에서도 질문을 멈추지 않는 태도를 강조한다.

저자 은하른은 기존의 교과서적 천문학이 전달하지 못한 ‘우주의 실제 감각’을 전하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 논문과 저널을 직접 읽고 이를 대중적인 언어로 풀어낸 경험이 책 곳곳에 반영되어 있다. 저자의 개인적 경험 역시 서사에 영향을 미치지만, 감정적 고백에 그치지 않고 과학적 해석으로 연결된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어둠의 천문학』은 천문학을 처음 접하는 독자뿐 아니라,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독자에게도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이 책은 밤하늘을 더 이상 순수한 낭만으로만 바라볼 수 없게 만든다. 대신 별빛 아래 숨겨진 우주의 깊이와 무게를 인식하도록 이끈다.

이 책은 질문을 남긴다. 우주는 인간에게 무엇인가. 그리고 그 질문 앞에서, 우리는 어떤 감각으로 하늘을 올려다볼 것인가. 『어둠의 천문학』은 그 선택을 독자에게 맡긴 채, 서늘하지만 분명한 과학의 언어로 우주의 얼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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