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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과 유적이 공존하는 로마, 『뻔뻔한 로마』 신간 (신양란·북핀)

관광지 너머의 로마를 걷다, 유적과 일상을 함께 읽는 역사 여행기

장세환2026년 4월 29일 오후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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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한 로마.jpg출판사 제공

소매치기, 쓰레기, 낙서, 끝없는 인파. 여행자들이 흔히 지적하는 로마의 단점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마는 매년 수많은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뻔뻔한 로마』는 바로 이 모순에서 출발한다. 불편하고 혼잡한 도시가 왜 여전히 매혹적인지, 그 이유를 역사와 공간의 맥락 안에서 풀어낸다.

이 책은 로마를 미화하지 않는다. 대신 로마가 가진 불친절함, 혼란, 무질서까지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그 위에 쌓인 2천 년의 시간을 차분히 얹는다.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노, 팔라티노 언덕과 황제들의 포룸을 잇는 고대 로마의 중심부를 따라 걷는 여정과, 포폴로 광장에서 시작해 스페인 계단, 트레비 분수, 판테온, 나보나 광장으로 이어지는 도시의 또 다른 축을 통해 로마를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저자 신양란은 국어교사로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유적을 ‘보는 대상’이 아니라 ‘읽어야 할 이야기’로 다룬다. 포로 로마노를 두고 “마음의 눈으로 보지 않으면 실망하기 쉬운 공간”이라고 설명하며, 돌과 기둥 사이에 숨겨진 역사적 맥락을 하나씩 짚어낸다. 카이사르의 암살과 이후의 권력 이동, 베스파시아누스와 티투스의 불운한 통치, 제국의 쇠퇴 과정을 지나며 로마의 영광과 몰락을 함께 바라보게 한다.

책은 또한 신화와 종교, 언어의 연결고리도 놓치지 않는다. 유노 모네타 이야기를 통해 화폐의 기원과 ‘money’라는 단어의 어원을 설명하는 대목은, 로마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서구 문명의 토대였음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이러한 설명은 학술서처럼 무겁지 않으면서도, 여행지에서 마주하는 장면에 깊이를 더해준다.

사진작가 오형권의 사진은 텍스트와 나란히 배치돼 읽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 웅장함을 과시하기보다는, 무너진 유적의 질감과 광장의 공기, 분수 주변의 혼잡한 풍경을 솔직하게 담아낸다. 사진은 설명을 대신하지 않고, 글이 놓아둔 맥락을 조용히 보충한다.

『뻔뻔한 로마』는 실용적인 여행 가이드북과는 거리가 있다. 대신 로마를 처음 찾는 여행자, 혹은 이미 로마를 다녀왔지만 그 도시가 왜 그렇게 오래 기억에 남는지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독자를 겨냥한다. 유적 하나, 광장 하나를 지나치면서 역사와 현재가 겹쳐지는 순간을 포착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 책에서 로마는 완벽한 도시가 아니다. 오히려 불편하고 산만하며 때로는 위험한 얼굴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러나 저자는 그 모든 요소가 로마를 로마답게 만드는 조건이라고 말한다. 질서정연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생생하게 살아 있는 도시, 그 시간의 켜를 이해하려는 독자에게 『뻔뻔한 로마』는 차분한 동행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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