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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 우주에서 가장 익숙한 사회를 비추다…『보이지 않는 것들』 출간 (매트 존슨·폴라북스)
보이지 않음에 합의한 세계, 침묵이 시스템이 되는 순간의 SF 우화
출판사 제공
매트 존슨의 장편소설 『보이지 않는 것들』은 우주를 배경으로 하지만, 결코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이 소설이 그려내는 세계는 먼 행성 에우로파에 세워진 돔 도시 ‘뉴로어노크’이지만, 그 안에서 작동하는 질서는 현대 사회의 축소판에 가깝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힘, 그것을 둘러싼 집단적 침묵, 그리고 안온함을 지키기 위해 질문을 멈추는 사람들. 이 작품은 SF라는 장르적 외피를 통해 우리가 이미 익숙하게 살아온 구조를 정면에서 호출한다.
이야기는 사회학자 날리니 잭슨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우주 탐사선의 집단 역학을 연구하기 위해 승선한 그녀는, 인류 최고의 엘리트로 선발된 우주인들이 냉동수면에서 깨어나자마자 벌이는 유치한 파벌싸움과 배타적 질서를 목격한다. “인간이라는 존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라는 첫 문장은, 이 소설의 풍자를 예고하는 선언처럼 읽힌다. 문제는 인간이 우주에 진출해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불시착 끝에 도착한 ‘뉴로어노크’는 이상한 도시다. 민주주의와 소비사회, 미디어와 정치가 모두 작동하지만, 그 질서의 핵심에는 설명되지 않는 폭력적 힘이 놓여 있다. 시민들은 그 힘을 본 적도, 명확히 설명할 수도 없지만, 모두가 그것의 존재를 ‘알고’ 있다. 다만 말하지 않기로 합의했을 뿐이다. 이 합의된 침묵은 공포를 해소하지 않는다. 오히려 공포를 사회 유지의 규칙으로 고착시킨다.
이 소설의 탁월한 지점은 보이지 않는 존재 자체보다, 그것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를 집요하게 파헤친다는 데 있다. 문제는 누가 우리를 위협하는가가 아니라, 왜 우리는 그 위협을 말하지 않는가다. 드웨인 커즈웰이 외치는 “여기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라는 절규는 진실의 폭로이자,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억눌려 온 말의 폭발이다. 하지만 소설은 이 외침이 언제나 해방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매트 존슨의 유머는 이 세계를 관통하는 중요한 장치다. 장기간 격리된 우주선, 외계 납치, 돔 도시라는 설정은 때로 시트콤처럼 가볍게 전개되지만, 웃음은 곧바로 불편함으로 전환된다. 이 웃음은 상황의 우스꽝스러움에서가 아니라, 우리가 이미 익숙해진 구조를 인식하는 순간에 발생한다. 『보이지 않는 것들』은 독자를 웃게 만든 직후, 그 웃음이 어떤 현실 인식 위에 놓여 있는지를 되묻는다.
이 작품은 커트 보니것의 풍자와 조지 오웰의 통찰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 모방에 머물지 않는다. 존슨은 장르적 클리셰를 사용하되, 그것을 ‘상호텍스트적 장치’로 활용해 현대 미국 사회의 양극화와 집단적 부정(mass denial)을 드러낸다. 특히 ‘사실fact이 아니라 각자의 현실realities를 두고 싸우는 사회’라는 소설 속 진단은, 오늘의 정치적·미디어적 환경을 직접적으로 겨냥한다.
번역을 맡은 조호근은 이 소설의 빠른 대화와 냉소적 유머를 안정적으로 옮겨, 텍스트의 리듬을 살려낸다. 과학적 개념과 사회학적 은유, 대중문화적 농담이 뒤섞인 문장을 한국어로 균형 있게 전달하며, 소설의 과잉을 절제 속에서 유지한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보이지 않는 것들』은 디스토피아를 예언하지 않는다. 이미 도착한 세계를 묘사할 뿐이다. 이 소설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는 무엇을 보지 않기로 선택했는가, 그리고 그 선택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가. 가장 먼 우주를 배경으로 삼은 이 이야기는 결국 우리 눈앞의 현실을 가장 가까이에서 비춘다. 보이지 않는 것은 언제나 멀리 있지 않다. 그것은 우리가 애써 눈을 돌린 바로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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