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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 주는 순간 형성되는 최초의 신뢰, 『아빠, 꼬옥 안아 주세요』(라라 브라이언, 어스본코리아)
신체적 접촉을 통해 유대와 안정감을 쌓아 가는 유아 보드북
출판사 제공
『아빠, 꼬옥 안아 주세요』는 ‘안아 주기’라는 가장 단순한 행위를 통해 유아와 보호자 사이의 정서적 유대를 다루는 보드북이다. 이 책은 말을 배우기 이전의 시기, 아이가 타인의 감정과 안전을 신체 감각으로 인식하던 시간을 정면에서 다룬다. 이야기는 설명보다 반복과 이미지에 초점을 맞추며, 신체적 접촉이 만들어 내는 안정감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한다.
책의 주인공은 아빠 품에 안기는 것을 좋아하는 아기 티라노사우루스다. 이야기는 아기 공룡이 다른 공룡 친구들을 만나 각자 어떻게 아빠와 안기는지를 지켜보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꼬리를 감아 안고, 긴 팔로 감싸고, 몸 사이로 파고드는 장면들은 모두 다른 형태의 접촉을 보여준다. 이 다양한 방식은 ‘안기기’가 하나의 정답이 아니라 관계마다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아빠, 꼬옥 안아 주세요』의 핵심은 언어가 아닌 반복 구조다. 펼치기 전 장면과 펼쳤을 때의 장면이 대비를 이루며, 책장을 넘기는 순간마다 아기 공룡들이 아빠 품으로 들어간다. 이 구조는 아이에게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고, 예측 가능성은 곧 안정감으로 이어진다. 유아에게 책 읽기는 이야기 전달이 아니라, 정서적 리듬을 형성하는 시간임을 분명히 인식한 구성이다.
이 책은 ‘사랑을 표현한다’는 추상적인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지 않는다. 대신 안기기, 감싸기, 밀착하기 같은 행위를 반복적으로 보여 주며 감정의 언어 이전에 존재하는 관계를 그린다. 이는 유아 발달 단계에서 중요한 신체 기반 애착 형성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다. 아이는 이야기를 이해하지 않아도, 장면을 통해 신호를 읽는다.
아빠라는 존재를 전면에 내세운 점도 눈길을 끈다. 『아빠, 꼬옥 안아 주세요』는 돌봄과 정서적 교감을 엄마의 역할로 한정하지 않는다. 아빠의 품은 크고 든든한 공간으로 묘사되며, 아이에게 안정을 제공하는 1차적 관계의 한 축으로 위치한다. 이는 현대 양육 환경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조용히 전달한다.
보드북이라는 물성 또한 내용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두꺼운 페이지는 아이의 반복적인 넘김에 견디도록 설계되었고, 장면 전환은 손의 움직임과 감각을 동반한다. 읽기라는 행위 자체가 신체 경험이 되도록 구성된 셈이다. 이 책은 ‘읽어 주는 책’이라기보다 ‘함께 하는 책’에 가깝다.
『아빠, 꼬옥 안아 주세요』는 감정을 가르치지 않는다. 감정이 생성되는 조건을 마련한다. 잠자기 전, 놀이 후, 하루의 자극이 잦아드는 시간에 이 책은 아이와 보호자가 같은 리듬에 들어오도록 돕는다.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책 속 장면을 따라 자연스럽게 아이를 안게 되는 구조 역시 의도된 설계로 읽힌다.
이 책은 크거나 화려한 메시지를 가지지 않는다. 대신 아이가 세상을 안전한 곳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경험, 바로 ‘안아 줌’을 반복한다. 『아빠, 꼬옥 안아 주세요』는 유아 그림책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답을 제시하는 사례다. 아이에게 이해를 요구하지 않고, 먼저 안정부터 제공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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