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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의 아이가 기록한 오월의 기억, 『제니의 다락방』(이화연, 하늘마음)
어린이의 시선으로 1980년 광주를 전한다
출판사 제공
『제니의 다락방』은 1980년 5월 광주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을 어린이의 시선으로 풀어낸 역사동화다. 미국 선교사 가정의 막내딸로 광주 양림동에서 자란 제니퍼 헌틀리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하며, 이번 개정판은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새롭게 출간되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푸른 눈의 외국인 소녀 제니가 있다. 1980년 5월, 제니와 가족은 다른 외국인들이 광주를 떠난 뒤에도 양림동에 남아 오월을 목격한다. 다락방에 학생들이 숨어들고, 밤마다 총성과 헬리콥터 소리가 들리는 상황 속에서 제니는 어른들이 감당하는 공포와 다른 방식으로 사건을 받아들인다. 소설은 바로 이 어린이의 감각을 통해 광주를 서술한다.
『제니의 다락방』은 참혹한 장면을 직접적으로 재현하기보다, 당시의 분위기와 감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군인 앞에서 음료를 건네며 학생들을 숨기려 했던 순간, 불을 켤 수도 소리를 낼 수도 없었던 밤, 끊임없이 이어지는 질문과 기도는 아이가 느낀 두려움과 혼란을 절제된 언어로 담아낸다. 광주는 공포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서로를 지키려 한 사람들의 공간으로 그려진다.
이 책의 특징은 역사적 사건을 교훈이나 설명 위주로 전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독자는 제니의 일상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5·18의 실체에 닿게 된다. 동화는 광주를 ‘특별한 도시’로 상징화하기보다, 평범한 사람들이 살던 동네에서 벌어진 일로 제시한다. 이를 통해 민주화운동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기억으로 다가온다.
개정판에는 원작자인 제니퍼 헌틀리의 기록이 영어 원문으로 함께 수록되었다. 이는 이야기의 사실적 근거를 보완하는 동시에, 기록과 증언의 중요성을 어린 독자에게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기록은 과거를 고정된 것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와 공유되는 현재의 언어임을 드러내는 장치다.
이화연 작가는 제니퍼의 경험을 어린이와 청소년이 읽을 수 있는 동화로 각색하면서, 비극 속에서도 희망과 연대를 놓치지 않는다. 김정혁 작가의 그림은 과도한 묘사를 피하며, 이야기의 정서를 지지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글과 그림은 사건의 무게를 유지한 채 독자의 연령을 고려한 균형을 이룬다.
『제니의 다락방』은 5·18을 처음 접하는 어린 독자에게 역사를 전달하는 한 방식이다. 이 책은 광주를 설명하기보다 기억하게 하고, 가르치기보다 함께 바라보게 한다. 개정판 《제니의 다락방》은 역사동화로서, 어린이들이 과거의 한 장면을 자신의 언어로 받아들이도록 돕는 기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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