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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사는 일은 무엇을 남기는가, 『생업(生業)』(은유, 한겨레출판)
이 책은 노동의 현장에서 인간다움과 존엄의 문제를 묻는다
출판사 제공
『생업(生業)』은 먹고사는 일의 현장에서 길어 올린 목소리를 통해 노동의 의미를 다시 묻는 인터뷰집이다. 전태일의료센터 건립 캠페인과 함께 1년 6개월간 이어진 연재를 바탕으로, 은유는 급식 노동자, 배달 라이더, 요양 보호사, 청소 노동자 등 17명의 일하는 사람을 만났다. 이 책은 그 만남의 기록이다.
인터뷰는 특정 직업의 성공담이나 미담을 중심에 두지 않는다. 대신 밥을 짓고, 나르고, 돌보고, 치우며 하루를 반복하는 노동의 구체적인 풍경을 따라간다. 하루 1700인분의 밥을 책임지는 급식 노동자, 시간이 곧 돈인 배달 노동자, 늙고 아픈 타인의 일상을 함께 버텨내는 요양 보호사들의 말 속에서 생업의 고단함과 책임감이 동시에 드러난다.
구성은 ‘먹이는 사람’, ‘짓는 사람’, ‘아우르는 사람’이라는 세 갈래로 나뉜다. 먹이는 사람들은 생계를 넘어 돌봄과 환대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짓는 사람들은 창작과 표현을 통해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을 보여준다. 아우르는 사람들은 개인의 삶을 넘어 공동체의 질서와 책임을 고민하며 “같이 가자”고 말하는 이들이다.
『생업』이 주목하는 것은 노동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이 책에서 노동은 단순한 생계 수단이나 직무로 환원되지 않는다. 각자의 자리에서 일을 이어가는 방식이 곧 삶의 태도이며, 타인과 관계 맺는 방식으로 확장된다. 인터뷰이는 자신의 일을 통해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꾸려 하는지를 차분히 설명한다.
저자 은유는 질문을 덧붙이기보다 듣는 자리에 머문다. 인터뷰는 현장을 서술하면서도 해석을 서두르지 않는다. 그 결과 독자는 노동자를 상징적인 존재가 아니라 구체적인 개인으로 만나게 된다. 이름과 얼굴, 말투와 망설임이 남는다.
『생업』은 노동의 가치를 선언하기보다 드러낸다. 밥을 먹이고, 공간을 지키고, 사람의 곁에 머무는 일이 어떻게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지를 목소리 그대로 전한다. 이 책은 일의 존엄을 주장하는 대신, 노동이 일상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기록한 르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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