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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을 넘어 존엄으로 이어지는 몸짓, 『춤』 출간 (의자 | 책고래)
국가 폭력의 상처를 ‘춤’이라는 언어로 기록한 그림책
출판사 제공
의자 작가의 신작 그림책 『춤』이 출간됐다. 이 책은 국가 폭력으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고,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이야기를 ‘춤’이라는 상징적 언어로 풀어낸 작품이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시대의 상처를 이미지와 리듬, 침묵으로 담아낸다.
『춤』은 평화롭던 마을에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폭력으로부터 시작된다. 헬리콥터의 굉음과 총성 속에서 어린 남매는 책상 아래로 몸을 숨기고, 여자아이는 살아남지만 오빠는 끝내 돌아오지 못한다. 이 비극은 특정 사건을 직접 지칭하지 않지만, 독자 각자의 기억과 겹쳐지며 시대의 폭력을 환기한다.
작품은 비극의 재현에 머물지 않는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이 종이배를 띄우고, 춤을 추며 각자의 방식으로 애도를 시작하는 장면을 따라간다. 『춤』에서 춤은 단순한 동작이 아니라, 절망을 견디기 위한 몸의 언어이자 사라진 이들을 향한 마지막 인사로 그려진다. 살아남은 이들이 다시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선택한 행위이기도 하다.
의자는 구체적인 폭력 장면 대신 상징적인 이미지를 배치한다. 텅 빈 의자, 벗겨진 신발, 흔들리는 아이들의 시선은 설명보다 강한 여운을 남긴다. 이러한 구성은 독자가 스스로 기억을 꺼내고, 각자의 경험 속 상실과 슬픔을 작품에 연결하도록 이끈다.
『춤』은 개인의 고통을 공동체의 기억으로 확장한다. 오빠와 여동생이 함께 추는 춤은 상실을 넘어 이어지는 사랑과 연대를 상징하며, 죽음을 통해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기억을 통해 이어지는 삶의 서사로 나아간다. 작가는 폭력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인간의 존엄을 집중 조명한다.
이 책이 다루는 정서는 특정 세대나 사건에 국한되지 않는다. 근현대사를 지나며 반복돼 온 비극, 그리고 오늘날에도 계속되는 상실의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춤』은 과거를 회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앞으로 어떤 태도로 기억하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는다.
『춤』은 묵직한 주제를 다루지만, 그 언어는 조용하다. 어린아이의 시선과 몸짓을 따라가며, 고통을 과장하지 않고 애도의 시간을 존중한다. 이 그림책은 기억을 강요하지 않되, 잊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섬세하게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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