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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문 너머를 향한 갈망, 『벽의 문』 그래픽노블 출간 (H. G. 웰스 원작 | 이루리북스)
과학소설의 고전, 현대적 시각 언어로 다시 만나다
출판사 제공
허버트 조지 웰스의 단편 소설 『벽의 문(The Door in the Wall)』이 그래픽노블로 새롭게 출간됐다. 이번 책은 이루리북스의 ‘클래식’ 시리즈 첫 권으로, 원작이 지닌 서정성과 상징성을 현대적인 시각 언어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벽의 문』은 성공한 정치인 라이오넬이 어린 시절 우연히 들어갔던 ‘벽의 문’ 너머의 비밀 정원을 평생 그리워하는 이야기다. 현실적 성공을 쌓아가는 동안에도 그는 몇 차례 다시 문을 마주하지만, 매번 책임과 약속을 이유로 지나친다. 소설은 이 선택의 반복을 통해, 인간이 무엇을 얻는 대신 무엇을 잃어왔는지를 조용히 묻는다.
이번 그래픽노블은 웰스가 창조한 ‘문’이라는 판타지적 장치를 시각적으로 확장한다. 나니아 연대기의 옷장이나 해리 포터의 승강장 등 이후 수많은 작품에 영향을 준 원형적 상상력이, 샐녘 작가의 그림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로 구현됐다. 비밀 정원과 현실 세계의 대비는 컬러와 구도의 차이를 통해 명확히 드러난다.
이루리는 번역과 해설을 통해 원작의 핵심 질문을 오늘의 독자에게 다시 연결한다. 『벽의 문』이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순수한 꿈과 진심 어린 욕망이 어떻게 현실의 논리 속에서 밀려나는지를 다룬 작품임을 짚는다. 원제 ‘The Door in the Wall’이 ‘벽의 문’이자 ‘보이지 않는 문’을 뜻한다는 해석은 작품의 주제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그래픽노블이라는 형식은 이야기의 여운을 강화한다. 88쪽의 짧은 분량 속에서 말보다 이미지가 앞서는 장면들은 독자로 하여금 문장의 설명보다 감각에 먼저 닿게 한다. 이는 원작이 지녔던 안타까운 아름다움과 슬픔을 다른 방식으로 체험하게 만든다.
『벽의 문』은 고전의 재현에 머물지 않는다. 성공과 효율을 중시하는 현대의 삶 속에서, 우리가 외면해 온 ‘보이지 않는 문’은 무엇이었는지를 되묻게 한다. 이 그래픽노블은 고전이 여전히 현재형 질문을 던질 수 있음을 조용히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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