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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의 세계를 떠나 본질에 닿다, 『사막의 지혜』 개정판 출간 (유시 노무라 엮음 | 분도출판사)
사막 교부들의 짧은 이야기로 다시 묻는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기도할 것인가’
출판사 제공
도시의 소음과 속도가 일상이 된 시대에, 『사막의 지혜』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독자를 이끈다. 신간 『사막의 지혜』는 4~5세기 사막으로 들어간 교부들의 짧은 말씀과 일화를 엮은 책으로, 분도출판사의 대표 소책 시리즈 ‘분도소책’ 26번에 해당하는 고전이다. 이번 개정판은 기존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내용을 바탕으로, 표기와 문장을 다듬어 오늘의 독자에게 다시 선보인다.
사막 교부들은 기독교가 제도화되고 사회적 안정을 얻던 시기에, 오히려 도시를 떠나 사막으로 향한 이들이었다. 그들은 권위와 명성, 말과 교리를 내려놓고 침묵과 단순함 속에서 하느님과 마주하고자 했다. 『사막의 지혜』는 이 수도자들의 선택과 삶을 장황한 교리 설명이 아닌, 짧고 압축된 이야기로 전한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대부분 몇 문장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안에는 순명, 단식, 침묵, 시련, 겸손과 같은 수행자의 태도가 응축돼 있다. 말보다 삶으로 가르치려 했던 사막 교부들의 방식은 독자에게 해답을 주기보다 질문을 남긴다. ‘나는 무엇을 붙들고 있는가’, ‘내 삶을 소음으로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사막의 지혜』는 교부들을 이상화하지 않는다. 그들은 흔들리고, 제자에게 답을 망설이며, 때로는 자신의 판단을 후회하는 인간으로 등장한다. 그렇기에 이들의 말은 완성된 진리라기보다, 시행착오 속에서 길어 올린 깨달음에 가깝다. 독자는 거룩한 인물을 바라보는 대신, 수행의 한복판에 있던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이번 판에는 헨리 나웬의 머리말이 함께 수록되어 사막 영성 전통이 현대 신앙인에게 갖는 의미를 짚어준다. 또한 조광호 신부의 삽화가 더해져, 텍스트만으로는 멀게 느껴질 수 있는 사막 교부들의 삶을 친근하게 전달한다. 그림은 설명을 덧붙이기보다 여백을 남기며, 독자의 묵상을 돕는 역할을 한다.
『사막의 지혜』가 제안하는 독서 방식은 빠른 독파가 아니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보다는, 하루의 시작이나 끝에 한 이야기를 펼쳐 마음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다. 이 짧은 이야기들은 이해의 대상이기보다, 시간을 두고 스며들도록 권유된다. 사막 교부들 역시 자신의 가르침이 ‘배워야 할 지식’이 아니라 ‘살아내야 할 태도’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출판사 분도출판사는 “『사막의 지혜』는 분도소책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고전으로, 세대를 거쳐 읽히며 그 의미가 축적돼 온 책”이라며 “이번 개정판은 원문의 숨결을 살리면서도 오늘의 독서 환경에 맞춰 다듬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사막의 지혜』는 화려한 말이나 즉각적인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대신 침묵 속에서 길어 올린 문장들로 독자 곁에 머문다. 이 책이 전하는 사막의 목소리는 오래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삶과 신앙의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나침반처럼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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