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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율 사이에 머무르는 사유, 『메르헨의 가만히 듣는 마음』 출간 (메르헨 | 더웨이브)
플레이리스트를 넘어 ‘듣는 행위’ 자체를 기록한 음악 에세이
출판사 제공
음악은 종종 말보다 먼저 감정을 건드린다. 그러나 그 감정이 무엇이었는지를 정확히 붙잡는 일은 쉽지 않다. 신간 『메르헨의 가만히 듣는 마음』은 그 포착하기 어려운 순간에 주목하며, 음악을 ‘배경음’이 아닌 하나의 사유의 경로로 삼는 책이다. 이 책은 플레이리스트 유튜버 메르헨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음악 에세이다.
저자 메르헨은 클래식, 모던 클래식, 뉴에이지, 영화 OST를 넘나드는 음악 큐레이션으로 37만 구독자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의 채널을 찾는 이들은 단순히 음악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특정한 시간과 감정에 어울리는 ‘온도’를 발견하기 위해 머무른다. 『메르헨의 가만히 듣는 마음』은 그 화면 너머에서 다 전하지 못했던 감정의 맥락을 문장으로 옮긴 기록이다.
이 책은 음악을 설명하거나 해설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음악이 재생되는 순간, 우리 안에서 어떤 감정이 스치고 지나갔는지를 되돌아보는 데 집중한다. 저자는 형용하기 어려운 마음의 상태에 음악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 선율이 자신의 삶과 교차했던 지점을 차분한 언어로 되짚는다. 그 과정에서 독자는 음악을 ‘듣는 사람’이 아니라, 마음을 바라보는 관찰자의 자리에 서게 된다.
『메르헨의 가만히 듣는 마음』은 전체를 4악장 구조로 구성했다. ‘조용한 마음’, ‘어지러운 마음’, ‘낯선 마음’, ‘살아 있는 마음’이라는 네 개의 장은 인간의 감정이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주되는 흐름임을 암시한다. 각 악장에는 20곡의 메인 테마 음악이 배치되어 있으며, 글과 함께 QR코드를 통해 실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음악은 에릭 사티, 류이치 사카모토, 이루마, 유키 구라모토 등 익숙한 이름부터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아티스트까지 폭넓다. 그러나 저자는 곡의 유명세나 음악사적 위치를 강조하지 않는다. 대신 그 음악이 자신의 특정한 시간, 특정한 감정과 어떻게 겹쳐졌는지를 솔직하게 기록한다. 음악은 설명의 대상이 아니라, 기억을 불러오는 계기로 존재한다.
이 에세이가 가진 특징은 ‘가만히 듣는 태도’에 있다. 무언가를 생산하거나 해석하려 애쓰기보다, 그저 흘러가는 선율과 함께 자신을 내버려 두는 상태를 존중한다. 이는 빠른 속도와 과잉 정보 속에서 음악마저 소비의 대상이 된 오늘의 환경을 낯설게 만든다. 저자는 음악 앞에서 멈추는 시간을 하나의 윤리이자 감각으로 제안한다.
또한 『메르헨의 가만히 듣는 마음』은 유튜브 플레이리스트의 확장판이 아니다. 영상에서는 생략되었던 저자 자신의 내면 독백과 사유의 결이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비로소 드러난다. 종이와 활자만이 허용하는 속도 속에서, 음악은 더 이상 흘러가는 소리가 아니라 머무르는 대상으로 변한다.
출판사 더웨이브는 “이 책은 음악을 좋아하는 독자를 위한 에세이이자, 감정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싶은 이들을 위한 기록”이라며 “읽는 행위와 듣는 행위가 하나의 경험으로 이어지도록 구성했다”고 밝혔다.
『메르헨의 가만히 듣는 마음』은 음악을 통해 위로를 말하지 않는다. 대신 음악이 이미 건네고 있었던 감정을 조용히 받아 적는다. 책장을 덮고 나면 독자는 새로운 곡을 찾기보다, 이미 지나간 선율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이 책은 듣는다는 행위가 곧 자신을 사유하는 일이 될 수 있음을, 낮은 목소리로 오래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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