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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먹는 밥이 지겨울 때, 엄마의 부엌을 떠올리다 『딸에게 주고 싶은 금자씨 레시피』 출간 (장금자·손하빈 | 세미콜론)
배달 음식 시대에 다시 꺼내 든 집밥의 언어, 엄마와 딸이 함께 쓴 요리 수첩
출판사 제공
배달 음식과 간편식이 일상이 된 시대, 오히려 가장 귀해진 것은 ‘엄마가 해주던 밥’이다. 『딸에게 주고 싶은 금자씨 레시피』는 사 먹는 밥에 지쳤을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집밥의 기억을 한 권의 책으로 옮긴 요리 에세이다. 1954년생 엄마 장금자와, 그 손맛의 가치를 브랜드로 만들어낸 딸 손하빈이 함께 썼다.
이 책은 요리법을 단순히 나열하지 않는다. 출발점은 딸의 불안이었다. “엄마의 요리를 언젠가는 더 이상 먹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나이 든 엄마가 부엌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현실적인 위기감이 이 책의 씨앗이 되었다. 그 불안을 붙잡고 기록한 것이 40년 넘게 이어온 장금자 씨의 집밥이다.
장금자 씨는 모든 장과 기름을 손수 만들고, 양평 텃밭에서 기른 채소로 가족의 끼니를 챙겨온 ‘집밥 애호가’다. 자식들이 타지에서 자취하던 시절에도 가장 빠른 고속버스를 타고 국과 반찬을 보내던 엄마의 고집은, 딸에게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하나의 삶의 태도로 남았다.
마케터로 일해 온 딸 손하빈은 이 고집을 ‘브랜드’로 바라봤다. 홍제동 골목의 철물점을 고쳐 연 원 테이블 팝업 레스토랑 ‘금자씨 부엌’은 개장과 동시에 한 달 치 예약이 1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화려한 기술보다 정성과 시간, 다정함이 만들어낸 맛이었다. 문을 닫은 지 4년이 지난 지금도 ‘금자씨 부엌’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다.
『딸에게 주고 싶은 금자씨 레시피』는 그 부엌의 기억을 책이라는 형태로 다시 열어준다. “사 먹지 마라, 30분이면 된다”라는 엄마의 말처럼, 이 책의 요리는 어렵지 않다. 냉장고에 늘 있는 기본 재료를 중심으로, 한 가지 재료를 버리지 않고 끝까지 활용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책은 한 그릇으로 충분한 별미밥,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국물 요리,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밑반찬, 그리고 식사를 마무리하는 건강한 후식까지 집밥의 전 과정을 담았다. ‘만능 양념’, ‘맛나기름’, 제철 재료 고르기, 전통시장 장보기처럼 요리의 바탕이 되는 생활 습관도 함께 소개한다.
무엇보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요리 기술이 아니라 태도에 가깝다. “나를 사랑해야 맛이 난다”는 엄마의 말은 모든 레시피 위에 놓인다. 남을 먹이기 전에 먼저 나를 돌보는 일, 요리를 통해 자신의 리듬을 되찾는 일이 이 책의 핵심이다.
딸 하빈이 덧붙이는 짧은 글들은 음식에 얽힌 기억과 현재의 감정을 연결한다. 어린 시절에는 부러움이었던 엄마의 담백한 밥상이, 어른이 된 지금은 자신을 지켜주는 기준이 되었다는 고백은 많은 독자의 마음에 겹쳐진다.
『딸에게 주고 싶은 금자씨 레시피』는 요리책이면서 동시에 가족의 기록이다. 엄마의 손맛을 전수하는 책이자, 딸이 엄마에게 건네는 존중의 선언처럼 읽힌다. 바쁜 일상 속에서 집밥을 다시 선택하고 싶은 이들,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에게 자신의 밥을 건네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다정한 길잡이가 된다.
출판사 세미콜론은 “이 책은 집밥을 추억이 아닌 현재형의 선택지로 되돌려 놓는다”며 “요리를 통해 자신을 돌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오래 곁에 둘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딸에게 주고 싶은 금자씨 레시피』는 배를 채우기 위한 요리가 아니라, 삶을 정돈하는 한 끼에 대한 기록이다. 사 먹는 밥이 지겨워질 때, 자연스럽게 다시 펼치게 될 엄마의 요리 수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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