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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로 설명할 수 없는 순간들의 기록, 『구급대원 사건수첩』 출간 (김행복 | 한미의학)
119 구급대원이 현장에서 마주한 판단·질문·선택을 담은 대본형 에세이
출판사 제공
현장의 문은 늘 예고 없이 열린다. 신고 내용과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지기도 하고, 같은 증상이라도 전혀 다른 판단을 요구하기도 한다. 『구급대원 사건수첩』은 이런 예측 불가능한 응급 현장의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쓰인 기록이다.
이 책은 현직 구급대원 김행복(필명)이 실제 출동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들을 각색·재구성한 에세이로, 드라마 대본 형식을 차용한 점이 특징이다. 일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서술돼 독자는 마치 구급대원 옆에 서 있는 것처럼 출동의 전 과정을 따라가게 된다.
『구급대원 사건수첩』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심 환자, 자살 시도, 약물 중독, 경련, 뇌경색 등 현장에서 가장 난도가 높은 출동 사례들이 담겨 있다. 저자는 같은 ‘어지러움’, 같은 ‘의식 저하’라는 신고라도 현장의 맥락과 말 한마디에 따라 전혀 다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책의 핵심은 결과가 아니라 판단의 과정이다. 신고 접수 단계에서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현장 도착 후 무엇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지, 보호자와 환자, 경찰과 병원 사이에서 구급대원이 어떤 언어로 중재하는지가 대사처럼 기록된다. 이를 통해 독자는 응급 상황에서 질문 하나가 진단과 이송의 방향을 바꿀 수 있음을 체감하게 된다.
특히 정신과적 응급 출동을 다룬 장들은 긴장감이 두드러진다. 자해·타해 위험성 평가, 환자의 진술 신뢰도 판단, 경찰 공동 대응 과정에서의 갈등까지, 매뉴얼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회색지대가 그대로 드러난다. 저자는 이러한 선택들이 결코 정답일 수 없음을 분명히 하며, 독자에게 비판적 시각을 함께 요청한다.
문체 또한 현장의 속도를 살리기 위한 선택이다. ‘입말’ 중심의 문장과 대본 형식은 상황의 긴박함을 전달하며, 문법적 매끄러움보다 생동감을 우선한다. 이는 책이 문학적 성취보다 간접 체험과 이해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분명히 한다.
『구급대원 사건수첩』은 구급대원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현실적인 직업 안내서로, 일반 독자에게는 119 구급대원의 역할과 한계를 이해하게 하는 기록으로 읽힌다. 누구의 생사도 쉽게 단정할 수 없는 현장에서 구급대원이 감당하는 책임과 압박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구급대원을 영웅으로 그리지 않는다. 대신 두려움과 망설임, 출동 이후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까지 그대로 기록한다. 현장은 늘 매뉴얼 밖에서 시작된다는 메시지가 책 전반을 관통한다.
출판사 한미의학은 “『구급대원 사건수첩』은 응급의료 기술서가 아니라 판단의 기록”이라며 “현장을 경험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구급대원 에세이”라고 밝혔다.
『구급대원 사건수첩』은 응급 상황의 극적인 결과보다, 그 순간을 통과하는 사람의 사고와 언어, 선택을 보여주는 책이다. 출동이 끝난 뒤에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질문들을 남기며, 현장 밖의 독자에게도 묵직한 여운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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