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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반항이 아니라 책임이다 『우리가 용기가 없지, 질문이 없냐』 신간 (구정화 | 해냄)

AI 시대, 생각하지 않는 사회에 던지는 가장 기본적인 물음

장세환2026년 4월 27일 오후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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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용기가 없지, 질문이 없냐.jpg출판사 제공

구정화의 『우리가 용기가 없지, 질문이 없냐』는 질문법 안내서처럼 보이지만, 실은 질문의 윤리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이 말하는 질문은 말하기 기술이 아니라 선택의 책임이며, 사고의 중단을 거부하는 태도다. 청소년을 주 독자로 삼지만, 질문을 포기한 사회 전체를 향해 던지는 문제의식은 성인 독자에게도 유효하다.

책의 출발점은 고전적인 대비다. 소크라테스와 아이히만. 저자는 질문하는 인간과 질문하지 않는 인간의 차이를 이 두 인물의 거리에서 분명하게 보여준다. 책 속에서 구정화는 이렇게 쓴다.

“아이히만이 상관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므로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했지만,
그에게는 분명히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이 문장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윤리적 핵심이다. 질문이란 ‘모르는 것을 묻는 행위’가 아니라, 다른 선택이 있었음을 스스로에게 되묻는 과정이다. 저자에게 질문이란 도덕적 판단을 외주화하지 않기 위한 최소 조건이다.

구정화는 이어서 질문의 기준을 간명하게 제시한다.

“그 선택이나 행동에 따른 결과의 피해를
내가 경험해도 되는지를 질문해 보면 됩니다.”

이 문장은 질문을 추상적인 사고 실험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판단의 자리에 세우는 도구로 만든다. 질문은 상대를 평가하는 언어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적용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윤리적이 된다.

이 책의 미덕은 질문을 관념에서 끌어내려 구체적인 장면으로 옮긴다는 데 있다. 2장에서는 생성형 AI와의 대화를 예로 들며, 질문이 곧 사고 구조임을 보여준다.

“한 번에 원하는 것 모두를 요구하기보다는
여러 차례에 걸쳐 수정하면서 정보를 얻어내야 합니다.”

AI 프롬프트를 다루는 이 대목에서 질문은 기술이 아니라 학습 과정으로 제시된다. 질문을 던지고, 결과를 검토하고, 다시 질문하는 반복 속에서 사고는 정교해진다. 이는 곧 인간의 학습 방식과 닮아 있다. 저자는 AI를 ‘정답 제공자’가 아니라, 질문을 잘 던질수록 사고력을 반사시키는 거울로 다룬다.

3장에서는 질문의 방향이 타인에게로 옮겨간다. 특히 ‘관계에서의 질문’에 대한 분석이 인상적이다.

“친밀한 관계에서도
우리는 권리와 의무에 기반한 질문을 많이 합니다.”

“학원 갔다 왔어?”, “숙제는 했니?” 같은 질문들이 어떻게 관계를 계약화하는지를 저자는 조심스럽게 해부한다. 여기서 질문은 정보 수집의 도구가 아니라, 관계의 성격을 드러내는 언어다.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관계는 관리 대상이 되거나, 공감의 공간이 된다.

4장에서 다루는 메타인지 역시 질문의 대상은 ‘나 자신’이다.

“사실 다른 사람의 마음보다
자신의 마음을 읽기가 더 어렵습니다.”

이 문장은 청소년 독자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감정의 혼란을 겪는 시기에 필요한 것은 지시나 판단이 아니라, 자신에게 질문하는 능력이라는 메시지다. 질문은 감정을 제거하는 도구가 아니라,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언어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질문이 사회적 기술로 확장된다. 문제 해결과 의사결정, 자료 분석, 토론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질문을 체계적으로 분류한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수평적 읽기’에 대한 설명이다.

“해당 페이지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출처를 가로지르며 비교·검증해야 합니다.”

이 대목에서 질문은 디지털 시대의 생존 기술이 된다. 정보를 소비하는 속도보다, 의심하고 교차 검증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 시대에 질문은 곧 시민성이다.

『우리가 용기가 없지, 질문이 없냐』가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질문을 미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질문은 언제나 불편하고, 관계를 흔들 수 있으며, 때로는 스스로를 곤란하게 만든다. 그러나 저자는 그 불편함을 회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질문이 없는 사회에서 가장 안전한 선택이 가장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끈질기게 보여준다.

이 책은 묻는다. 우리가 정말 용기가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질문을 멈춰버린 것인지. 그리고 그 질문을 끝까지 독자 곁에 남겨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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