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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은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아니라, 선택을 감당하는 일이다 『이드의 HR 모험기』 신간 (김동현(이드) | 반달뜨는꽃섬)

정답 없는 조직의 한복판에서 HR이 끝내 버텨야 하는 이유에 대한 기록

장세환2026년 4월 24일 오후 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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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의 HR 모험기.jpg출판사 제공

HR은 흔히 ‘사람을 다루는 일’로 설명된다. 그러나 이 정의는 언제나 중요한 것을 하나 숨긴다. HR은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자리라는 사실이다. 『이드의 HR 모험기』는 그 불편한 진실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HR을 소개하거나 가르치기보다, HR이라는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이 무엇을 감당해야 하는지를 솔직하게 기록한 책이다.

저자 김동현(이드)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오가며 한국 조직의 가장 격렬한 성장 구간을 통과해온 HR 실무자다. 현대차그룹에서 HR 전략을 다뤘고, 토스와 야놀자의 초기에 합류해 급성장기 조직의 구조를 설계했으며, HRBP라는 역할이 한국 스타트업 씬에 자리 잡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 이 책은 그 이력의 요약이 아니라, 그 이력 속에서 반복해서 마주친 선택의 순간들을 정리한 기록이다.

『이드의 HR 모험기』는 처음부터 HR에 대한 통념을 해체한다. “HR은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라는 말은 이 책에서 점차 힘을 잃는다. 대신 남는 것은 상황 해석과 구조 설계다. 조직은 살아 움직이고, 같은 제도라도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어떤 회사에서는 약이 되던 방식이, 다른 회사에서는 조직을 무너뜨리는 독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성공한 기업의 HR 제도는 쉽게 복제되지 않는다.

1부에서는 HR이라는 직무 자체에 대한 냉정한 현실 인식이 제시된다. HR 진입장벽이 낮다는 말, HR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오해, HR이 중요한 회사와 HR이 필요한 회사의 차이 등 현장에서만 나오는 질문들이 이어진다. 특히 “HR은 성공의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조건일 뿐”이라는 문장은 이 책의 핵심 정서를 단번에 드러낸다. HR은 성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다만 조직이 무너지지 않도록 바닥을 받치는 역할을 할 뿐이다.

2부에서는 대표와 리더 사이에서 HR이 놓이는 미묘한 위치를 다룬다. 저자는 리더를 ‘바꾸려’ 들기보다 환경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능감에 빠진 대표를 설득하는 대신, 대표가 스스로 한계를 인식하도록 만드는 구조를 만드는 일. 이는 이상적인 리더십 이론보다 훨씬 현실적인 접근이다. HR은 조언자가 아니라, 조건 설계자라는 관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채용을 다룬 3부는 특히 스타트업 독자들에게 현실적인 울림을 준다. “뽑을 사람이 시장에 없다”는 문장은 많은 조직의 현재형 고민이다. 급하다고 뽑지 말라는 원칙, 연봉 협상이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이유, 네임밸류 없는 작은 회사가 살아남기 위한 채용 전략은 이상론이 아니라 실제 시행착오에서 나온 결론들이다.

4부 ‘조직은 살아있다’에서는 조직 관리의 가장 피로한 지점들이 다뤄진다. 퇴사율 30%는 문제인가, 시니어에게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꼰대’는 정말 사라져야 하는 존재인가 같은 질문들은 선악 구도로 정리되지 않는다. 저자는 개인의 자유와 조직의 원칙 사이에서 HR이 늘 욕을 먹는 이유를 숨기지 않는다. “일은 잘했는데 욕은 먹는다”는 문장은 HR의 일상을 정확히 요약한다.

평가와 보상을 다룬 5부에서는 HR 실무자들이 가장 자주 붙잡히는 함정이 드러난다. 평가제도에 정답은 없고, 평가 자체가 목적이 될 때 조직은 쉽게 왜곡된다. 야근과 성과의 관계, 리더에게 평가권을 맡길 수 있는 조건, 평가 이후 보상 설계의 어려움은 모두 ‘공정함’이라는 말이 얼마나 복잡한지를 보여준다.

마지막 6부는 HR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은 HR을 꿈꾸는 사람에게 친절하지 않다. 오히려 경고에 가깝다. 모두가 착한 사람으로 남고 싶어 HR이 나쁜 사람이 되는 순간들, 스타트업 성장 중독의 위험, HR 시니어에게 요구되는 인내와 정무 감각은 화려한 커리어 서사와 거리가 멀다. HRBP라는 타이틀이 역할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지적 역시 현실적이다.

『이드의 HR 모험기』의 미덕은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 데 있다. 이 책은 HR의 정답집이 아니다. 대신 질문을 남긴다. 왜 같은 제도가 어떤 조직에서는 실패하는가, 왜 HR은 늘 비판받으면서도 사라지지 않는가, 왜 우리는 옳은 선택보다 버틸 수 있는 선택을 하게 되는가. 이 질문들은 HR 실무자뿐 아니라, 조직 안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유효하다.

이 책은 HR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HR이라는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의 태도를 기록한 책이다.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끝내 선택해야 하는 사람, 이해받지 못하더라도 조직이 무너지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조를 설계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그래서 『이드의 HR 모험기』는 HR 입문서라기보다, HR을 계속할 것인가를 묻는 책에 가깝다. 이미 HR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언어를 발견하게 해주고, 조직을 이끄는 사람에게는 자신이 믿어온 방식들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이 된다. 그리고 조직 안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는, 내가 속한 조직이 어떤 논리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이해하게 하는 하나의 지도다.

HR은 성공을 만드는 공식이 아니다. 무너지지 않게 버티는 설계다. 『이드의 HR 모험기』는 그 설계를 맡은 사람의 고독하고 현실적인 자리를, 과장 없이 정확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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