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세

newbooks

성공의 정상에서 그는 왜 다른 산을 택했는가 『다른 산을 오르기로 했다』 신간 (조너선 프랭클린 지음, 강동혁 옮김 | 복복서가)

노스페이스 창립자 더그 톰킨스, 자본의 정상에서 야생과 신념으로 향한 두 번째 인생

장세환2026년 4월 24일 오후 5:44
332

다른 산을 오르기로 했다.jpg출판사 제공

연 매출 10억 달러, 세계적인 브랜드의 창립자, 자본주의 성공 신화의 정점. 대부분의 기업가라면 여기서 속도를 줄이거나 안락한 퇴장을 꿈꿨을 자리에서, 더그 톰킨스는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 자산을 정리하고, 전기와 수도가 없는 파타고니아 오지로 향한 것이다. 『다른 산을 오르기로 했다』는 이 상식 밖의 선택에서 시작되는 한 인간의 삶을, 모험 소설처럼 박진감 있게 복원한 전기다.

이 책은 노스페이스와 에스프리의 창립자이자, 파타고니아 지역에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사적 토지 기부를 남긴 환경운동가 더그 톰킨스의 일대기를 다룬다. 저자는 탐사 저널리스트 조너선 프랭클린으로, 칠레 광부 구조 사건을 기록한 『33인』, 생존 서사 『438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이 책을 위해 수년간 파타고니아의 야생을 누비며, 160여 명을 인터뷰하고 수천 페이지의 미공개 문서를 분석했다.

『다른 산을 오르기로 했다』의 강점은 톰킨스를 단순한 영웅으로 미화하지 않는 데 있다. 이 책이 그려내는 톰킨스는 혁신가이자 탐험가이지만, 동시에 완벽주의자이자 통제광, 오만하고 논쟁을 즐기며 타협을 경멸하는 인물이었다.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냉혹했으며, 주변 사람들을 지치게 만드는 인물이었다. 이 복잡성과 모순이야말로 이 전기의 핵심이다.

책의 1부는 젊은 톰킨스의 기업가적 기질과 야생에 대한 집착을 조명한다. 스물한 살에 샌프란시스코의 허름한 가게에서 시작한 ‘노스페이스’는 이름부터 그의 삶을 예고한다. 산의 북쪽 면, 햇빛이 들지 않고 가장 위험한 루트. 그는 순응보다 저항을, 안정성보다 난이도를 택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절친이자 파타고니아 창립자 이본 쉬나드가 “규칙 어기기를 좋아하는 비행 청소년”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이다.

2부와 3부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전환점은 파타고니아 탐험이다. 톰킨스는 세계를 누비며 야생을 탐험하던 중, 인간의 개발이 자연을 얼마나 빠르게 파괴하고 있는지를 몸으로 체감한다. 성공 이후 세운 패션 브랜드 에스프리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밀라노 패션계의 중심에 서 있던 그는 어느 순간, 자신이 만든 제국이 지구를 파괴하는 시스템의 일부임을 깨닫는다.

이 자각 이후 톰킨스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다. 약 1조 원에 달하는 에스프리 지분을 매각하고, 그 자금으로 남미 파타고니아 지역의 땅을 대규모로 매입하기 시작한다. 목적은 명확했다. 개발을 막고, 온전한 생태계를 복원해 국립공원으로 되돌려놓는 것. 그는 돈을 기부하는 자선가가 아니라, 직접 경비행기를 몰고 땅을 사고, 정부와 싸우며 계획을 밀어붙이는 실행가였다.

『다른 산을 오르기로 했다』는 이 과정이 얼마나 많은 갈등을 낳았는지도 숨기지 않는다. 칠레 정부와 기득권층은 톰킨스를 의심했고, 심지어 음모론까지 퍼뜨리며 그를 감시했다. 외국 자본이 국경 근처의 땅을 대거 매입한다는 사실은 정치적 불안을 자극했다. 그러나 반대편, 환경운동가들과 지역 공동체는 그를 신뢰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 긴장과 충돌을 현장감 있게 포착한다.

톰킨스가 특별했던 지점은 환경운동을 ‘메시지’가 아니라 ‘구조 변화’의 문제로 보았다는 데 있다. “필요하지 않다면 우리 옷을 사지 마세요”라는 에스프리 카탈로그 문구는 지금 보면 흔한 ESG 마케팅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당시로서는 급진적인 반문화 선언이었다. 그는 소비를 줄이라는 요청을 기업의 언어로 던졌고, 그 모순과 긴장을 끝까지 감수했다.

이 책의 후반부에서 톰킨스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세계 인구는 빠르게 늘고, 기후 위기는 가속화된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줄어든다는 절박함은, 그를 더 과감하게 만든다. 결국 그는 약 2,800만 에이커에 달하는 땅을 칠레와 아르헨티나 정부에 국립공원으로 기증하는 계획을 완성한다. 이는 개인이 국가에 기부한 토지로는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다.

2015년, 톰킨스는 칠레의 한 호수에서 카약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그러나 그의 죽음 이후 역설적으로 평가가 달라진다. 그를 의심하던 이들조차 그의 진의를 인정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공원의 길(Route of Parks)’이라는 거대한 국립공원 네트워크가 공식 출범한다. 그의 삶은 끝났지만, 그가 남긴 구조는 계속 작동하는 것이다.

『다른 산을 오르기로 했다』는 성공을 포기하고 자연으로 도망친 낭만적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훨씬 불편하다. 우리가 믿는 성공의 기준은 과연 지속 가능한가, 기업가의 책임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 한 개인의 신념은 실제 세계를 얼마나 바꿀 수 있는가.

이 전기는 완벽한 인간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부순다. 더그 톰킨스는 결점투성이였고, 때로는 잔인할 만큼 고집스러웠다. 그러나 바로 그 성향이 거대한 구조와 맞서는 동력이 되기도 했다. 그는 선언보다 행동을 믿었고, 리더십은 위에서가 아니라 거리와 현장에서 나온다고 믿었다.

『다른 산을 오르기로 했다』는 지금의 방식이 아닌 삶이 가능한지를 묻는 책이다. 더 높은 산이 아니라, 전혀 다른 산을 오르는 선택. 이 전기는 그 선택이 한 사람의 인생뿐 아니라, 한 시대의 풍경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집요하게 보여준다.

고유한 삶의 서사를 고민하는 독자, 성공 이후의 삶을 상상하는 독자, 기후 위기와 자본의 관계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독자에게 이 책은 강렬한 현실감을 지닌 답변서가 될 것이다. 더그 톰킨스는 질문으로 시작했고, 행동으로 끝까지 밀어붙였다. 이 책은 그 과정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관련 기사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6월 10일 오후 3:56
8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6월 10일 오후 3:52
11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6월 10일 오후 3:45
8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