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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속고, 더 즐겁게 먹기 위한 과학적 기준선 『먹는 게 다 화학입니다』 신간 (손미현 | 한언출판사)

영양 성분표 한 장으로 음식 앞의 불안을 줄이는 화학자의 실전 가이드

장세환2026년 4월 24일 오후 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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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게 다 화학입니다.jpg출판사 제공

마트에서 식품을 하나 집어 들면 빽빽한 숫자와 이름이 적힌 영양 성분표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칼로리, 나트륨, 당류, 트랜스지방, 아스파탐…. 한 번쯤은 훑다가 다시 내려놓은 경험이 있다면, 『먹는 게 다 화학입니다』가 정확히 필요한 독자다. 이 책은 “피해야 할 음식 리스트”를 늘리지 않는다. 대신 알고 선택하는 기준을 제시한다.

『먹는 게 다 화학입니다』는 서울대학교 화학교육 박사이자 현직 화학교육과 교수인 손미현이 쓴 생활 밀착형 화학 교양서다. 제목은 도발적이지만 메시지는 단순하다. 우리가 먹는 모든 것은 분자로 이루어져 있고,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는 화학 반응이라는 것. 화학을 알면 공포는 줄고, 선택의 주도권은 돌아온다.

이 책이 출발하는 문제의식은 명확하다. 먹거리에 대한 정보는 넘치지만, “이건 무조건 안 돼” “이 성분은 독이야” 같은 단정적인 메시지는 오히려 불안을 키운다. 저자는 이 혼란을 과학적 구분으로 정리한다. 무당(제로 슈거)과 무열량(제로 칼로리)의 차이, 발암 논란의 맥락, 용량과 노출의 개념 같은 기본기를 짚어주며, 독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돕는다.

1장과 2장은 단맛과 짠맛에 집중한다. 제로 콜라가 정말로 제로인지, 아스파탐 논란은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과장인지, 단짠 조합에 왜 뇌가 열광하는지를 화학과 뇌과학으로 풀어낸다. 설탕의 문제를 도덕화하지 않고, 보상 회로와 학습의 메커니즘으로 설명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3장에서는 탄수화물과 혈당을 다룬다. 흔히 회자되는 혈당지수(GI)의 한계를 짚고, 실제 체중과 컨디션에 더 큰 영향을 주는 혈당부하(GL)를 소개한다. 식이섬유·식초·식사 순서 조절로 ‘들어오는 속도’를 늦추고, 활동으로 ‘나가는 속도’를 빠르게 하는 실천 팁은 바로 써먹기 좋다. “혈당 스파이크는 타이밍의 문제”라는 요지는 건강한 경고다.

4장은 지방의 누명을 벗긴다. 저탄고지의 화학적 원리를 균형 있게 설명하며, 모든 상황에 만능인 해법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키토 플루, 전해질 관리 같은 현실적 주의사항을 함께 다루는 방식은 과장된 유행과 거리를 둔다. 주방에서 어떤 기름을 언제 쓰는지가 왜 중요한지도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5장은 단백질과 맛이다. 완전 단백질의 기준, 고기와 생선 단백질의 차이, 단백질 음료의 실제 쓸모를 정리한다. 특히 마이야르 반응을 통해 고기를 맛있게 굽는 법을 설명하는 대목은 과학이 어떻게 식탁의 즐거움을 확장하는지 잘 보여준다. “마시는 근육”에 대한 냉정한 팩트 체크도 도움이 된다.

마지막 6장은 이다. 알코올이 몸을 통과하며 어떤 화학이 벌어지는지, 인슐린과 안주의 궁합, 숙취를 줄이는 선택 기준을 제시한다. 술을 금기화하기보다 덜 상처 입는 방법을 알려주는 태도가 일관된다.

이 책의 핵심 도구는 영양 성분표다. 포장 디자인과 광고 문구가 아니라, 법적으로 공개된 ‘진짜 정보’를 읽는 법을 가르친다. 원재료는 함량 높은 순서대로 표기된다는 규칙을 이해하는 순간, 음식 앞의 불안은 계산 가능한 판단으로 바뀐다. 무엇을 ‘피할지’보다 무엇을 ‘선택할지’가 분명해진다.

저자의 이력은 이 책의 신뢰를 받쳐준다. 화학교육 전공 교수로서의 전문성과, 20년 가까운 교사 경험에서 나온 설명력, 그리고 스스로 술자리와 초콜릿을 즐기는 생활인의 감각이 결합되어 있다. 금욕을 강요하지 않고, 즐거움을 보존하는 건강을 목표로 삼는다.

『먹는 게 다 화학입니다』는 힐링을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 불안을 줄이는 언어를 제공한다. 알고 먹자는 단순한 원칙 아래, 작은 앎들이 쌓여 선택의 자유를 넓힌다. 광고에 덜 흔들리고, 유행에 덜 휘둘리고, 몸의 반응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

음식 앞에서 늘 망설였던 독자라면, 이 책은 든든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제로든 풀슈거든, 기름이든 탄수화물이든, 기준이 생기면 선택은 가벼워진다. 먹는 게 다 화학이라면, 이제는 화학을 아는 쪽이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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