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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은 끝이 아니라, 다시 사람에게로 돌아오는 과정이다 『나는 회복 중인 마약 중독자입니다』 신간 (최진묵, 온더페이지)

바닥을 딛고 선 한 중독자가 기록한 회복의 시간과 연대의 가능성

장세환2026년 4월 24일 오후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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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회복중인 마약중독자입니다.jpg출판사 제공

“오늘 하루, 나는 하지 않았다.”
『나는 회복 중인 마약 중독자입니다』의 지은이 말에 실린 이 한 문장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선언이자 현실이다. 이 책은 극적인 성공담이 아니다. 중독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종착의 이야기도 아니다. 대신 매일같이 이어지는 ‘회복 중’이라는 현재진행형의 시간을 기록한다.

저자 최진묵은 23년 동안 마약에 중독되어 살았다. 전과 9범, 교도소 복역 7년이라는 이력은 그가 얼마나 깊은 바닥까지 내려갔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이력을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시간이 어떻게 개인의 삶을 무너뜨렸고, 왜 그토록 벗어나기 어려웠는지를 차분하게 설명한다.

『나는 회복 중인 마약 중독자입니다』는 한국 사회가 여전히 붙들고 있는 ‘마약 청정국’이라는 환상에 정면으로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마약이 더 이상 다른 세계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텔레그램을 통해 30분 안에 마약을 구할 수 있고, 평범한 대학생과 직장인, 전문직 종사자들까지 회복 센터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현실은 이미 통계와 현장에서 증명되고 있다.

이 책의 출발점은 개인의 고백이지만, 목적지는 사회적 질문이다. 저자는 마약 중독을 ‘의지의 실패’나 ‘도덕적 타락’으로 설명하는 관점을 분명히 거부한다. 마약 중독은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며, 재발은 개인의 나약함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1장은 저자 자신의 중독과 단약의 과정을 담는다. 왜 마약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삶이 조금씩 붕괴되었는지, 그리고 실형 선고가 오히려 몰락을 자각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음을 솔직하게 기록한다. 특히 “마약이 주던 감각과는 완전히 다른 행복”을 발견하는 순간의 서술은 이 책이 단지 고통의 기록이 아님을 보여준다. 회복 이후의 삶은 화려하지 않지만, 잔잔하고 오래 남는 감각으로 그려진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사람’이다. 저자는 단약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로 두 가지를 꼽는다. 아내에 대한 사랑, 그리고 전문가의 도움. 이 대목은 중독 회복이 결코 혼자서 가능한 일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사랑과 전문적 치료, 그리고 공동체가 결합될 때에만 회복은 지속될 수 있다는 경험적 증언이다.

2장과 3장에서는 저자가 현재 몸담고 있는 회복 공동체 ‘인천 다르크’를 중심으로, 회복을 돕는 구조와 연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은 단약을 ‘끊는 행위’가 아니라 ‘삶을 다시 배우는 과정’으로 정의한다. 갈망은 단번에 사라지지 않으며, 특히 100일을 넘기는 지점이 가장 중요한 고비라는 구체적인 현실도 함께 제시된다.

주목할 점은 이 책이 다른 회복자들의 이야기를 함께 담고 있다는 것이다. 마약 중독자의 곁을 20년간 지켜온 아내의 시선, IQ 79까지 떨어졌다가 사회복지사로 다시 일하게 된 회복자의 경험, 3년째 단약을 이어가는 이들의 일상이 교차된다. 이를 통해 독자는 중독이 개인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과 사회 전체의 문제임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나는 회복 중인 마약 중독자입니다』는 한국의 마약 대응 시스템에 대한 비판도 피하지 않는다. 저자는 병원 위주의 단편적 치료, 처벌 중심의 제도가 재발을 반복시킨다고 지적한다. 미국과 일본의 단계별 치료 시스템을 예로 들며, 중독의 깊이와 상태에 맞는 레벨별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중독을 범죄가 아닌 공중보건의 문제로 다루어야 한다는 국제적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이 책의 문장은 과장되지 않는다. 통곡하거나 자책하지도 않는다. 대신 담담하게 말한다. “그 길의 끝이 반드시 파멸은 아니다.” 이 문장은 희망을 팔지 않는다. 다만 가능성을 남긴다. 오늘 하루를 넘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래서 왜 ‘하루씩’이라는 표현이 중요한지를 저자는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다.

『나는 회복 중인 마약 중독자입니다』는 마약 중독자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중독자의 가족,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가, 그리고 ‘마약은 나와 먼 이야기’라고 생각해왔던 이들에게도 필요한 기록이다. 이 책을 읽게 되면 중독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뀐다. 혐오나 공포는 줄고, 이해와 책임이 자리를 잡는다.

저자 최진묵은 현재 인천 다르크 센터장으로서 회복자들을 돕는 ‘피어 서포트(Peer Support)’ 모델을 실천하고 있다. 중독 당사자가 회복 전문가가 되어 다른 중독자를 돕는 구조는, 이 책이 말하는 연대의 핵심이다. 혼자 빠져나올 수 없었던 늪에서, 함께 걸어 나오게 하는 방식이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끝에서 다시 한번 확인된다. 회복은 완성이 아니라 방향이라는 것. 오늘 하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내일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것. 『나는 회복 중인 마약 중독자입니다』는 그 하루하루를 정직하게 기록한 책이다.

이 기록이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우리는 중독자를 처벌과 격리의 대상으로만 볼 것인가, 아니면 함께 회복해야 할 이웃으로 볼 것인가. 이 책은 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외면할 수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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