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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을 추구할수록 우리는 더 취약해진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불완전함에 대하여』 신간 (팀 하포드 지음, 윤영삼 옮김 | 윌마)
효율과 최적화의 시대에 불완전함이 왜 인간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 되는지를 묻는 인문 교양서
출판사 제공
알고리즘이 뉴스를 골라주고, 앱이 일상을 최적화하는 시대다. 시간표는 자동으로 조정되고, 취향은 정교하게 분석되며, 실수와 마찰 없는 삶이 이상적인 목표처럼 제시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환경 속에서 세상은 더 복잡하고 불안정해지고 있다. 팀 하포드의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불완전함에 대하여』는 바로 이 모순에서 출발한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경제학 콘서트』로 대중에게 친숙한 경제학자 팀 하포드는, 완벽한 시스템이 오히려 인간을 취약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가 제거하려 애써온 ‘불완전함’이야말로 인간만이 지닌 핵심 경쟁력이자, 위기 속에서 작동하는 생존 전략임을 강조한다.
책은 완벽하게 설계된 시스템이 멈추는 순간을 주목한다. 자동화된 항공 시스템의 오류,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필터 버블, 숫자 목표에 매몰된 조직의 실패 사례 등을 통해, 인간이 시스템에 과도하게 의존할수록 대응 능력은 오히려 둔화된다는 점을 짚는다. 기술은 오류를 줄이지만, 동시에 인간의 즉흥성과 판단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팀 하포드는 불완전성을 결함이 아니라 가능성의 조건으로 바라본다. 낡고 조율되지 않은 피아노에서 탄생한 명연주, ADHD 성향을 창조의 동력으로 전환한 예술가, 무작위적 만남을 통해 새로운 수학적 성취를 이룬 학자 등은 모두 예측 불가능성과 혼란이 창조로 이어진 사례들이다. 성취의 이면에는 언제나 계획되지 않은 변수와 실패의 여지가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특히 이 책은 ‘질서’와 ‘효율’에 대한 우리의 집착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지나치게 정돈된 규칙과 복잡한 기준은 오히려 판단력을 흐리고, 숫자로 제시된 목표는 ‘왜’라는 본질적 질문을 가려버린다. 팀 하포드는 단순한 경험 법칙과 느슨한 규칙이 종종 더 나은 결과를 만든다는 점을 통계와 역사적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조직과 팀에 대한 분석도 인상적이다. 성과가 뛰어난 팀일수록 내부 구성원들은 불확실성과 혼란을 더 강하게 체감한다. 다양한 관점이 충돌하고 의사결정 과정이 매끄럽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동질적인 팀은 만족감은 높지만 성과는 낮은 경우가 많다. 이 책은 불편함과 갈등이 성취의 대가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불완전함에 대하여』는 예측 불가능성 또한 하나의 전략임을 강조한다. 규칙을 모두 노출한 순간 패배가 시작되며, 약간의 혼란과 모호함이 오히려 유연성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삶뿐 아니라 정치, 경제, 기술 전반에 적용되는 통찰이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완벽하게 정돈된 질서가 아니라, 실수할 수 있는 여지와 즉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다. 통제와 최적화가 미덕으로 여겨지는 시대일수록, 불완전함을 수용하는 태도가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불완전함에 대하여』는 혼란을 찬양하는 책이 아니다. 대신 너무 적게 이야기되어 온 혼란과 무질서의 유용함을 복원한다. 알고리즘과 자동화의 시대에 인간이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묻는 이 책은, 효율의 반대편에서 인간다움의 조건을 다시 사유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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