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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짐을 전제로 시작된 가족, 『위탁된 가족』(배은희, 다각)

비혈연 위탁가정의 현실과 제도적 한계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다시 묻다

장세환2026년 4월 23일 오후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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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된 가족.jpg출판사 제공

‘가족’은 혈연으로만 정의될 수 있을까. 『위탁된 가족』은 이 질문에서 출발해, 낳지도 입양하지도 않은 아이를 일정 기간 키우는 ‘위탁부모’의 삶을 통해 한국 사회의 가족 개념과 아동 보호 체계를 정면으로 들여다본다. 11년간 위탁부모로 살아온 배은희가 집필한 이 책은, 개인적 경험을 넘어 비혈연 위탁가정의 현실과 제도적 한계를 기록한 논픽션이다.

가정위탁은 보호자가 없거나 양육이 어려운 아동을 일정 기간 일반 가정에서 돌보는 제도다. 그러나 현실에서 위탁가정은 여전히 낯선 존재로 남아 있다. 저자는 “위탁이 무엇이냐”는 반복된 질문에서 출발해, 단편적 소개로는 담아낼 수 없었던 복잡한 현실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했다.

책에는 아홉 가정의 위탁엄마들이 등장한다. 학대 피해 아동을 맡은 가정, 입양과 위탁을 병행하는 가정, 장애 아동을 돌보는 가정 등 각기 다른 상황 속에서 아이를 키우는 이들의 이야기가 인터뷰 형식으로 펼쳐진다. 공통점은 하나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아이를 사랑해야 한다는 점이다. 위탁은 ‘임시 보호’라는 제도적 전제를 갖지만, 실제 삶에서는 깊은 애착과 책임이 형성되며 그 경계가 무너진다.

문제는 이러한 돌봄이 개인의 헌신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위탁부모는 법적으로 ‘동거인’에 가까운 위치에 머물며, 병원 진료나 학교 행정 등 일상적인 절차에서도 제약을 겪는다. 아이의 삶을 책임지지만 친권은 없고, 책임과 권한 사이의 간극이 존재한다. 저자는 이러한 구조를 “국가가 져야 할 책임이 개인에게 전가된 상태”로 지적한다.

제도 역시 변화의 과정에 있다. 최근 위탁부모에게 ‘임시후견인’ 권한을 부여하는 논의가 진행되며, 아이의 일상적 권리를 보다 안정적으로 보장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위탁가정 수는 부족하고, 사회적 인식 또한 뒤따르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호가 필요한 아동은 계속 발생하지만 이를 감당할 시스템은 충분히 구축되지 못했다.

이 책이 던지는 핵심은 제도의 설명을 넘어선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나라가 필요하다”는 문장은 선언이 아니라 현실적 과제로 제시된다. 위탁은 자선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이며, 가족은 혈연이 아니라 관계와 돌봄으로 형성된다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위탁된 가족』은 특정 집단의 이야기로 머물지 않는다. 돌봄의 주체는 누구인가, 국가는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어떤 사회를 가족이라 부를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된다. 결국 이 책은 위탁가정을 이해하는 데서 나아가, 우리 사회가 아이를 어떻게 품고 있는지를 되묻는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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