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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와 중독을 분리하지 않는 회복의 설계, 『트라우마와 중독 함께 치유하기』(제이미 매리치, 온마음)
12단계 회복 프로그램을 재해석해 통합 치료 모델을 제시한 심리치료서
출판사 제공
트라우마와 중독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를 강화하는 구조 속에서 작동한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트라우마와 중독 함께 치유하기』는 이 연결성을 전제로, 기존의 중독 치료 패러다임을 재검토하고 통합적 회복 모델을 제시한 심리치료서다.
이 책의 핵심 문제의식은 단순하다. 중독을 ‘행동의 문제’로만 다루는 기존 접근이 실제 회복에 한계를 드러낸다는 점이다. 저자 제이미 매리치는 중독의 배후에 자리한 트라우마를 함께 다루지 않는 한, 재발과 실패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만성 재발자’로 분류된 사례들 상당수가 치유되지 않은 외상 경험과 관련되어 있다는 분석은, 중독 치료의 관점을 근본적으로 전환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책은 중독 회복의 대표적 모델인 ‘12단계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한다.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들(AA)에서 출발한 이 프로그램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회복 공동체의 기반이지만, 저자는 이를 그대로 적용하는 방식에 대해 비판적 시선을 유지한다. 특히 트라우마를 경험한 개인에게 12단계의 일부 과정이 오히려 심리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보다 유연하고 개인화된 적용 방식을 제안한다.
이 과정에서 강조되는 개념은 ‘안전’과 ‘관계’다. 트라우마를 다루는 치료는 단순한 기술이나 절차가 아니라, 내담자의 경험과 감정을 존중하는 환경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치료적 관계가 회복의 핵심 요소라는 점, 그리고 개인의 사회문화적 배경과 정체성을 고려한 접근이 필수적이라는 점은 최근 심리치료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또한 이 책은 몸과 감정, 인지의 통합을 강조한다. 마음챙김, 신체 감각 인식, 표현 예술 등 다양한 치유 방법을 회복 과정에 포함시키며, 중독을 단순히 끊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를 재구성하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이는 회복을 ‘문제 해결’이 아닌 ‘삶의 재구성’으로 확장하는 관점이다.
『트라우마와 중독 함께 치유하기』는 전문가뿐 아니라 당사자와 주변인 모두를 독자로 상정한다. 실제 치료 경험과 임상 사례를 바탕으로 구성된 서술은 이론서의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현장성을 확보한다. 특히 저자 자신이 트라우마와 중독을 동시에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이론 제시를 넘어 회복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중독과 트라우마를 분리해 이해해온 기존의 접근에서 벗어나, 두 문제를 하나의 연속선 위에서 재해석하는 이 책은 회복의 방향을 다시 설계하도록 요구하는 문제제기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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