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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끝에서 시작되는 사랑의 서사, 『어둠의 색조 1~2』(크리스 휘타커, 위즈덤하우스)

납치와 상실, 그리고 집착으로 이어지는 26년의 시간 속에서 인간이 끝내 붙드는 것은 무엇인가

장세환2026년 4월 23일 오후 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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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색조.jpg출판사 제공

어둠은 이 소설에서 배경이 아니라 상태다. 『어둠의 색조』는 한 소년이 납치되는 사건에서 출발하지만, 이야기가 향하는 방향은 범죄의 해결이 아니라 인간이 감당해야 하는 시간과 감정의 밀도로 향한다.

미주리의 소도시 몬타 클레어. 외눈박이 소년 패치는 자신이 사랑하던 소녀가 낯선 남자에게 끌려가는 장면을 목격한다. 충동적으로 달려든 그는 소녀를 구해내지만, 정작 자신은 어둠 속에 갇힌다. 그곳은 단순한 감금의 공간이 아니라 감각과 시간, 존재가 서서히 분해되는 장소다. 숨을 쉴 때마다 영혼이 빠져나가는 듯한 고통, 그리고 빛이 완전히 제거된 세계. 이 절대적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한 목소리, ‘그레이스’는 이후 모든 서사의 기점이 된다.

이 소설의 핵심은 사건이 아니라 지속이다. 구조 이후에도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때부터 시작된다. 패치는 살아 돌아왔지만, 세계로 복귀하지 못한다. 현실은 그에게 색을 잃은 공간이 되고, 오히려 어둠 속에서 만난 존재가 삶의 중심으로 자리 잡는다. 그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그 행위는 기억을 붙드는 동시에 상실을 증폭시키는 도구가 된다. 그렇게 ‘그레이스’는 한 인물에서 이미지로, 이미지에서 집착으로 변형된다.

한편, 또 다른 축인 세인트는 이 소설의 윤리적 중심을 담당한다. 패치의 실종 이후에도 끝까지 그를 포기하지 않았던 소녀는 시간이 흘러 경찰이 되고, 다시 그를 추적하는 위치에 선다. 친구를 구하려던 어린 시절의 감정은 이제 법과 질서의 언어로 변환되지만, 그 내면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감정이 남아 있다. 이 두 인물의 궤적은 평행선처럼 흘러가다가 결국 충돌을 향해 나아간다.

『어둠의 색조』가 흥미로운 지점은 사랑을 구원으로만 다루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 작품에서 사랑은 구원의 가능성이면서 동시에 파괴의 동력이다. 희망은 집착으로 변하고, 기억은 현재를 잠식한다. “삶의 가장 확실한 증거는 고통”이라는 문장은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정조에 가깝다.

구성 역시 시간의 축을 따라 확장된다. 1970년대의 사건에서 출발해 수십 년을 가로지르는 서사는, 개인의 트라우마가 어떻게 삶 전체를 재구성하는지를 보여준다. 각 시점은 단절되어 있는 듯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감정으로 연결된다. 상실을 견디는 방식, 그리고 그것을 끝내 포기하지 못하는 인간의 구조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범죄소설의 문법을 차용하면서도, 그것을 해체한다. 납치, 감금, 살인이라는 장르적 장치는 서사의 출발점일 뿐, 핵심은 인간 내부의 어둠과 그것을 견디는 방식에 있다. 그리고 그 어둠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다른 형태로, 다른 색조로 변형될 뿐이다.

결국 『어둠의 색조』가 남기는 것은 질문이다. 한 사람을 붙들고 살아가는 시간은 구원인가, 아니면 스스로를 가두는 또 다른 감옥인가. 그리고 그 질문은 독자의 몫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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