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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왜 서로의 행복을 빌어 주는가, 『왜 지렁이는 도토리의 행복을 빌어 줄까?』(김신회, 한울림어린이)
지렁이에서 박쥐, 딱따구리에서 소나무까지, 숲의 연결망을 이야기처럼 풀어낸 생태 교양서
출판사 제공
숲을 설명하는 책은 많지만, 『왜 지렁이는 도토리의 행복을 빌어 줄까?』는 숲을 하나의 거대한 체계로 먼저 보여주기보다, 친구를 한 명씩 소개하듯 천천히 연결해 나간다. 지렁이와 두더지, 두더지와 박쥐, 박쥐와 나방, 나방과 애벌레처럼 생물 하나가 다음 생물에게 말을 건네는 식의 구성은 생태계를 ‘관계의 이야기’로 읽게 만든다. 그 덕분에 어린 독자는 숲을 어려운 과학 지식의 대상이 아니라, 서로 기대고 다투고 도우며 살아가는 세계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생태 지식을 도덕적 교훈으로 단순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목차에는 “겉모습만 보면 안 돼”, “누구나 특별해”, “욕심내면 안 돼”, “시작이 반이야”처럼 삶의 태도로 이어지는 문장들이 붙어 있다. 그러나 책은 그것을 억지로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왜 지렁이가 흙을 살리고, 왜 두더지가 땅을 뒤집으며, 왜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지를 차근차근 보여주면서, 각 존재가 숲 안에서 맡고 있는 역할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한다. ‘좋은 말’을 먼저 던지는 것이 아니라 생태적 사실을 보여준 뒤 의미를 스스로 느끼게 하는 방식이다.
사용자가 함께 올린 이미지에서도 이 책의 성격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지렁이 호텔’ 만들기 활동은 지렁이를 단순히 징그러운 생물이 아니라 흙을 바꾸고 생태를 돕는 존재로 다시 보게 만든다. 또 ‘벚나무와 딱따구리’ 장면에서는 꽃이 피고 새가 모이고, 줄기를 타고 오르는 작은 생명들이 한 화면 안에서 숲의 다층적 관계를 보여준다. 이어지는 ‘딱따구리와 동고비’ 페이지는 딱따구리가 남긴 구멍이 다른 생물의 삶터가 된다는 사실을 설명하며, 숲에서는 하나의 행동이 곧 다른 생명의 조건이 된다는 점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소나무 숲 장면 역시 마찬가지다. 올빼미, 다람쥐, 설치류와 새들이 같은 나무를 공유하는 그림은 숲이 결코 한 종의 영토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김신회 저자는 숲 생태 교육전문가답게 설명의 수위를 잘 조절한다. 책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먹이사슬, 서식 환경, 생존 방식, 계절 변화, 공생과 경쟁의 원리가 촘촘하게 스며 있다. 여기에 강영지 작가의 그림은 정보 전달에만 머물지 않고 숲의 정서를 함께 살려낸다. 지나치게 사실적이거나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각 생물의 특징과 관계가 한눈에 보이도록 구성된 삽화는 이 책을 단순한 생태 지식서가 아니라 오래 들여다보게 되는 그림책으로 만든다.
무엇보다 이 책은 ‘작은 것 하나도 그냥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전한다. 나뭇잎을 갉아먹는 애벌레도, 비 오는 날 땅 밖으로 나오는 지렁이도, 나무를 쪼아대는 딱따구리도 모두 숲의 순환 속에서 제 몫을 한다. 인간의 눈에는 쓸모없거나 귀찮아 보이는 존재도, 숲의 입장에서는 빠질 수 없는 연결고리라는 점이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다.
『왜 지렁이는 도토리의 행복을 빌어 줄까?』는 어린이 생태책이면서 동시에 관계를 배우는 책이다. 숲은 경쟁만으로 유지되지 않고, 도움과 기다림, 양보와 순환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이 책은 아주 부드럽고도 분명하게 가르친다. 그래서 책장을 덮고 나면 숲을 보는 눈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작은 존재를 대하는 태도 역시 조금은 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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