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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관 속에도 가둘 수 없었던 이름, 『권오설 평전』(안재성, 인문서원)

6·10만세운동의 설계자이자 사회주의 혁명가였던 권오설의 삶과 죽음을 복원하며, 독립운동사의 공백을 다시 메우는 평전

장세환2026년 4월 23일 오후 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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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설 평전.jpg출판사 제공

독립운동사는 수많은 이름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가운데에는 오랫동안 이념의 장벽과 시대의 편견 속에 가려져 제대로 호명되지 못한 인물들도 있다. 『권오설 평전』은 바로 그 공백을 정면으로 메우는 책이다. 안재성은 이 평전에서 6·10만세운동의 설계자이자 1920년대 항일운동의 핵심 조직가였던 권오설의 삶을 복원하면서, 한 개인의 전기를 넘어 한국 근현대사의 지워진 층위를 다시 드러낸다.

책은 권오설의 죽음에서부터 강한 인상을 남긴다. 2008년 묘 이장 과정에서 드러난, 함석판으로 겹겹이 밀봉된 철궤는 일제가 한 독립운동가의 유해마저 끝까지 통제하려 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죽은 뒤에도 그의 시신이 민중의 분노를 자극할까 두려워했다는 정황은, 권오설이라는 인물이 당대 권력에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였는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이 평전은 바로 그 공포의 실체가 무엇이었는지를 삶의 궤적을 따라 차근차근 밝혀 나간다.

안동 가일마을 출신의 권오설은 단순히 이상을 외친 청년이 아니었다. 그는 풍산소작인회를 조직하며 농민 대중을 실제로 묶어냈고, 이후 조선공산당과 고려공산청년동맹의 핵심으로 활동하며 학생과 민중을 연결하는 조직 역량을 발휘했다. 특히 1926년 6월 10일 순종의 인산일에 맞춰 벌어진 만세운동의 배후에는, 각 세력을 하나로 엮어내고 치밀하게 거사를 준비한 권오설의 기획력이 있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그를 ‘탁월한 독립운동 조직가’로 다시 위치시킨다.

이 책의 중요한 성취는 권오설을 단지 민족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로 좁혀 읽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는 독립을 위해 사회주의를 잠시 차용한 인물이 아니라, 자본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사회를 진지하게 사유하고 실천하려 했던 혁명가였다. 의무교육, 무상교육, 산전산후 휴가, 호주제 폐지 같은 오늘의 기준에서 보아도 선진적인 구상을 품었다는 점은, 그가 단순한 저항가가 아니라 미래를 설계한 사상가였음을 보여준다. 독립 이후의 조선이 어떤 사회가 되어야 하는지까지 고민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삶은 해방 이전에 머물지 않고 오늘의 사회적 가치와도 이어진다.

안재성은 이미 여러 평전을 통해 소외되거나 왜곡된 인물들의 삶을 복원해온 작가답게, 이번에도 기록과 증언을 바탕으로 권오설의 생애를 입체적으로 재구성한다. 그 결과 『권오설 평전』은 영웅 만들기식 서술로 흐르지 않고, 한 시대의 긴장과 사상적 충돌, 조직 운동의 현실을 함께 담아내는 평전으로 읽힌다. 권오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독립운동이 단지 애국의 감정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조직, 사상, 대중, 미래 비전이 서로 맞물린 치열한 실천의 장이었다는 사실이 선명해진다.

『권오설 평전』은 늦게 돌아온 이름 하나를 호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은 우리가 어떤 독립운동을 기억해 왔고, 또 어떤 독립운동을 잊어 왔는지를 되묻는다. 그리고 그 질문 끝에서, 권오설이라는 인물이야말로 어둠의 시대에 정의와 미래를 함께 사유했던 보기 드문 혁명가였음을 설득력 있게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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