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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별을 붙이는 상상력, 『별나라 문구점』(이준관, 고래책빵)

문구 하나에도 꿈을 불어넣는 동시 80여 편, 아이의 시선으로 다시 읽는 세계

장세환2026년 4월 23일 오후 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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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나라 문구점.jpg출판사 제공

동시는 종종 ‘짧은 시’로 오해되지만, 『별나라 문구점』은 그 간결함이 얼마나 넓은 세계를 품을 수 있는지를 조용히 증명한다. 이준관 시인이 오랜 시간 다듬어 온 언어는 아이들의 일상과 감각을 바탕으로 하되, 그 위에 상상의 층위를 얹어 현실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이 동시집에 실린 80여 편의 작품은 하나의 세계관이라기보다, 사소한 사물과 감정들이 별처럼 흩어져 반짝이는 작은 우주에 가깝다.

책의 중심 이미지인 ‘문구점’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연필과 공책, 지우개 같은 익숙한 물건들은 기능을 넘어 의미를 갖는다. 시 속에서 문구는 글을 쓰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과 상상을 매개하는 장치로 변한다. “별나라 문구점”이라는 설정은 그래서 환상적인 배경이라기보다, 아이들이 현실을 확장하는 방식 자체를 상징한다. 흔한 물건이 낯설어지고, 평범한 하루가 반짝이는 사건으로 바뀌는 지점이 바로 이 시집의 핵심이다.

수록된 작품들은 일관된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의 시선이 닿는 순간을 붙잡는다. 슬픔과 서운함, 호기심과 기쁨 같은 감정이 과장되지 않은 언어로 드러나며, 독자는 그것을 ‘이해’하기보다 자연스럽게 ‘겪게’ 된다. 이준관의 동시는 설명을 줄이는 대신 장면을 남긴다. 그 장면은 독자의 경험과 만나면서 다시 의미를 만든다. 그래서 이 시집은 읽는 사람의 나이에 따라 전혀 다른 결을 드러낸다.

책 속 한 구절은 이 동시집의 방향을 또렷하게 드러낸다.
“모든 어른이들은 어렸다. 나는 어린이처럼 그리는 법을 배우는 데 평생이 걸렸다.”
이 문장은 어린이 독자에게는 위로로, 성인 독자에게는 질문으로 작용한다. 동시는 아이들을 위한 장르이지만, 동시에 어른들이 잃어버린 감각을 되돌려 놓는 장르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이 한 문장이 압축한다.

또 다른 대목에서는 아이의 세계를 단순히 ‘순수’로만 환원하지 않는다.
“나의 동시 쓰기도 누구를 떠나주지 않게 붙잡아두는 것이라기보다, 나 또한 어린이로 돌아가는 일이 가장 어렵다고 말씀드립니다.”
이 고백은 동시가 단지 아이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어른이 자기 감각을 복원하려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아이의 언어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그 감각으로 세계를 다시 읽으려는 태도가 이 시집 전반을 관통한다.

김천정 작가의 삽화 역시 이 흐름을 정확히 짚는다. 과장되지 않은 선과 색감은 시의 정서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장면을 부드럽게 확장한다. 그림은 설명을 대신하지 않고, 시와 나란히 호흡한다. 읽는 이로 하여금 문장을 따라가다가 자연스럽게 시선이 머무는 지점을 만들어 준다.

『별나라 문구점』은 교육용 도서로 분류되기 쉬운 동시집의 틀을 넘어선다. 교과서 수록 이력이나 수상 경력은 이 책의 신뢰를 설명해 주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감각의 밀도다. 아이들에게는 상상의 문을 열어주는 책으로, 어른들에게는 잊고 있던 감각을 되짚게 만드는 책으로 작동한다.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보고, 사소한 것을 크게 느끼는 힘—그 기본적인 감각을 다시 꺼내는 데 이 시집은 충분한 계기를 만들어낸다.

장세환

언론출판독서TV

2026년 4월 23일 오후 8:30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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