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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땅의 집필을 버티는 방식, 『30대 백수, 작가 퀘스트에 입장하십니다』(이다희, 반니출판)
공무원을 그만둔 뒤 공모전과 장르 글쓰기에 뛰어든 신인 작가의 생존형 성장기
출판사 제공
글쓰기를 다룬 책은 많지만, 『30대 백수, 작가 퀘스트에 입장하십니다』는 재능이나 영감보다 먼저 버티는 시간을 내세운다. 이다희의 이 책은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희망을 품은 사람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하루를 조직하고,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감수하며, 무엇으로 자기 의지를 지탱하는지를 아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기록이다. 제목은 가볍고 유쾌하지만, 그 안에 담긴 현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책의 출발점은 안정적인 직업을 내려놓은 뒤의 공백이다. 공무원을 그만두고 해외살이를 거친 뒤, 작가는 30대에 접어들어 다시 자신의 일을 찾기 시작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천직 발견’의 낭만이 아니라, 그 감각을 실제 생활로 옮기는 과정이다. 한글 문서 기본 기능도 모르는 상태에서 공모전 달력을 만들고, 단편과 장편, 소설과 시나리오, 웹소설을 오가며 무작정 원고를 쌓아 가는 과정은 작가라는 이름이 얼마나 노동집약적인 호칭인지를 새삼 드러낸다.
이 책의 가장 큰 힘은 실패와 미숙함을 숨기지 않는 데 있다. 장편소설 앞에서 겁을 먹고, 하루 종일 노트북 앞에 붙어 있다가 몸에 이상 신호가 오고, 쓴 원고를 다시 읽지 못할 정도로 부끄러워하면서도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는 장면들은 이 기록을 단순한 성공담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그 대신 독자는 “몰라, 일단 해”라는 식의 무모한 추진력이 어떻게 반복과 축적 속에서 비로소 기술이 되어가는지를 보게 된다.
특히 이다희가 6개월 동안 100만 자를 썼다고 정리하는 대목은 이 책의 상징적인 장면이다. 그 숫자는 대단한 성취의 과시라기보다, 스스로에게 “그래도 내가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구나”라고 확인하는 과정에 가깝다. 이 책은 글쓰기의 결과보다 먼저, 자기 자신에게 작업량을 증명해야 하는 시간을 통과한 사람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여기서 창작은 예술적 완성 이전에 생존의 증거가 된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장르 확장의 과정이다. 작가는 소설에서 출발해 시나리오, 웹소설까지 경계를 넘나든다. 이는 단순히 시장을 따라 움직인 결과라기보다, 지금 한국의 신인 창작자가 어떤 방식으로 자기 가능성을 시험하는지를 보여주는 풍경에 가깝다. 공모전 최종심, 플랫폼 연재, 독자 반응, 댓글과 조회수의 압박은 오늘날 글쓰기 노동이 더 이상 고립된 개인 작업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독자의 한마디가 버티는 힘이 된다는 고백은 특히 웹 기반 창작 환경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이 책은 작가 지망생의 자기계발서처럼 읽힐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불안정하고 솔직한 기록이다. 계획은 자주 무너지고, 자신감은 들쭉날쭉하며, 성취는 늘 불확실하다. 그런데도 작가는 계속 쓴다. 이 단순한 지속이야말로 책 전체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이다. 재능 있는 사람의 비범한 데뷔기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평범하지 않은 집요함으로 창작의 자리를 확보해 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더 현실적으로 읽힌다.
『30대 백수, 작가 퀘스트에 입장하십니다』는 ‘작가가 되는 법’을 정리한 책이 아니다. 대신 한 사람이 글을 자기 일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오래 흔들리고, 얼마나 많이 써보고, 얼마나 자주 스스로를 의심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은 성공담보다 과정의 기록에 가깝고, 바로 그 점 때문에 더 설득력이 있다. 꿈을 찾지 못해 맴도는 사람, 무엇이든 시작했지만 아직 성과를 손에 쥐지 못한 사람에게 이 책이 건네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거창한 확신보다 필요한 것은, 오늘도 다시 원고를 여는 손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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