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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의 원인을 관계에서 다시 묻다, 『누구에게도 상처받지 않는 관계의 기술』(후션즈, 지니의서재)

사람이 힘든 이유를 내면의 패턴에서 찾아가는 심리 처방전, 관계의 상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분석과 훈련을 제안하다

최준혁2026년 4월 23일 오후 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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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도 상처 받지 않는 관계의 기술.jpg출판사 제공

인간관계에 관한 책은 대개 타인을 다루는 기술을 말하지만, 『누구에게도 상처받지 않는 관계의 기술』은 시선을 조금 다르게 돌린다. 이 책은 상대를 설득하거나 대처하는 요령보다, 왜 어떤 사람은 반복해서 관계에서 상처받고 위축되며 자기 몫보다 더 많은 감정적 부담을 떠안게 되는지를 먼저 묻는다. 문제의 원인을 바깥사람의 성격이나 태도에만 두지 않고, 내면에 오래 남아 있는 관계 패턴과 트라우마의 흔적까지 거슬러 올라가 살펴보려는 책이다.

저자 후션즈는 관계 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가, 트라우마 치료사로 오랜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례를 끌어온다. 직장에서 늘 좋은 사람 역할을 하다 만만한 존재로 소모되는 사람, 사랑을 원하면서도 정작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 타인의 반응을 과도하게 해석하며 쉽게 불안해지는 사람 등 익숙한 인간관계의 장면들이 이 책의 출발점이 된다. 독자는 그 사례들을 따라가며 자신이 겪은 관계의 피로가 단순한 예민함이나 성격 문제가 아니라, 오래된 두려움과 방어의 방식일 수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책의 핵심은 관계의 상처를 개인의 약함으로 설명하지 않는 데 있다. 후션즈는 늘 베풀기만 하는 ‘좋은 사람’의 태도조차 순수한 희생정신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자기 위치를 유지하기 위한 심리적 장치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나르시시즘과 열등감, 자기연민과 과잉 배려가 서로 멀리 떨어진 성향처럼 보이지만 실은 자기애의 뒤틀린 형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도 흥미롭다. 겉으로는 독립적이고 단단해 보여도, 실제로는 인정받고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을 끊임없이 확인받아야만 버틸 수 있는 상태가 관계를 더 취약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책이 유용한 지점은 관계의 고통을 지나치게 낭만화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상처받지 않으려면 모든 관계를 끊거나, 반대로 무한히 이해하고 참아야 한다는 식의 극단을 권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을 책임지는 사람, 타인의 평가에서 조금씩 독립하는 사람, 관계 안에서 두려움을 견디며 현실 검증을 해나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관계의 성장은 상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질 때가 아니라, 그 두려움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자기 감정과 욕구를 이해할 때 시작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자존감과 감수성을 연결하는 대목이다. 저자는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은 자신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것이며, 그 결과 외부 세계를 느끼는 감수성도 함께 약해진다고 본다. 결국 관계 회복의 출발점은 상대를 분석하는 데만 있지 않고, 자기감정을 제대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데 있다는 뜻이다. 타인에게 상처받지 않는 기술은 차갑게 무장하는 기술이 아니라, 자신을 더 정확하게 알고 함부로 소진시키지 않는 기술에 가깝다.

『누구에게도 상처받지 않는 관계의 기술』은 인간관계를 잘하는 법을 단순하게 알려주는 자기계발서라기보다, 관계의 실패와 외로움이 어떤 심리적 구조에서 반복되는지를 해부하는 책이다. 이 책은 타인을 바꾸라고 말하기보다, 관계 속의 나를 먼저 이해하라고 권한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관계의 방향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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