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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초 뉴스 바깥에 남겨졌던 기자의 문장들을 복원하다, 『매일 저녁 90초를 위한 시간』(심수미, 클)

국정농단, 이태원 참사, 현장 취재의 실패와 상처, 여성기자로서의 위협까지 끌어안으며 저널리즘의 노동과 윤리를 다시 묻는 심수미의 기록

장세환2026년 4월 22일 오후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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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저녁 90초를 위한 시간.jpg출판사 제공

뉴스는 대개 완성된 결과물의 얼굴로만 도착한다. 저녁 뉴스의 90초 리포트는 간결하고 명료해야 하며, 시청자는 그 짧은 시간 안에 사건의 핵심만 받아들인다. 그러나 『매일 저녁 90초를 위한 시간』은 그 응축된 화면 바깥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묻는 책이다. 2016년 국정농단 사건 보도로 이름을 알린 JTBC 기자 심수미는 조희팔 추적, 최순실 국정농단, 이태원 참사 등 한국 사회의 비극적 현장을 지나오며, 뉴스가 되지 못했던 분투와 망설임, 실패와 상처의 시간을 담담하게 꺼내 놓는다.

이 책의 미덕은 특종의 후광에 기대지 않는다는 데 있다. 도박장 안으로 뛰어들었던 순간, 목적지도 모른 채 조희팔의 고향으로 향했던 막막한 추적, 문제의 태블릿PC를 둘러싼 결정적 순간 같은 장면들은 취재의 성취를 증명하는 일화이면서 동시에 우연과 직감, 집요한 노동이 뒤엉킨 현장의 기록으로 읽힌다. 심수미는 성공한 보도만이 아니라 ‘반까이’ 실패의 기억, 트라우마, 취재원을 대하는 태도, 마감노동의 소진까지 함께 복기하며 저널리즘을 영웅담 대신 직업의 현실로 되돌려 놓는다.

그래서 『매일 저녁 90초를 위한 시간』은 언론인의 회고록이면서도 언론사라는 일터의 보고서처럼 읽힌다. 신문과 방송의 차이, 디지털 전환의 압박, 필요한 기사와 읽히는 기사 사이의 간극, 인터뷰와 질문의 윤리, 취재에 응할 명분을 만드는 법 같은 실무의 감각이 촘촘히 담겨 있다. 손석희가 추천사에서 말했듯 그의 이름이 오늘날 한국 기자를 떠올릴 때 앞자리에 놓이게 된 것은 행운이나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이, 이 책에서는 화려한 수상 이력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노동의 결로 드러난다.

후반부가 더 오래 남는 이유는 이 책이 여성기자로서 감당해야 했던 위협과 모욕까지 비켜가지 않기 때문이다. 취재를 빙자한 위협, 온라인 성희롱, 남성기자와는 다른 방식으로 표적이 되는 경험, 채용 단계부터 이어지는 유리천장 문제를 그는 가감 없이 적는다. 하지만 이 고백은 피해의 진열에 머물지 않는다. 언론 불신과 냉소가 일상이 된 시대에도 왜 누군가는 여전히 현장으로 가야 하는지, 왜 “아무리 끔찍한 현장이라도 직접 눈으로 봐야 하는 순간”이 오는지를 끝내 질문하게 만든다. 심수미가 이 책에서 복원한 것은 한 기자의 지난 17년만이 아니다. 기록의 힘을 의심받는 시대에, 그래도 누군가는 계속 써야 한다는 저널리즘의 오래된 책무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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