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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를 맞히는 과학에서 사람을 살리는 과학으로, 『내일 날씨는 맑음』(자가디시 슈클라, 반비)
역학계절예측의 길을 연 기후학자 자가디시 슈클라의 삶을 따라가며 날씨와 기후, 과학과 책임의 의미를 함께 되짚는 과학 회고록
출판사 제공
날씨를 안다는 일은 오랫동안 인간의 소박한 바람에 가까웠다. 내일 비가 오는지, 계절이 어떻게 바뀌는지, 가뭄과 홍수를 조금이라도 먼저 알 수 있는지의 문제는 일상의 편의만이 아니라 생존과 직결돼 있었다. 『내일 날씨는 맑음』은 그 오래된 바람이 어떻게 현대 기후과학의 성취로 이어졌는지를 한 사람의 생애를 통해 보여주는 책이다. 인도 시골 마을에서 몬순과 가뭄의 위력을 온몸으로 겪으며 자란 자가디시 슈클라는, 며칠 뒤 예보조차 어려웠던 시절에 더 먼 미래를 내다보는 예측의 가능성을 붙들었고, 그 집요한 문제의식은 결국 역학계절예측의 토대를 여는 데 이르렀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과학사의 성취를 영웅담처럼 포장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슈클라의 삶에는 가난한 고향의 기억, 서구 중심 학계에서의 곤경, 가족의 상실, 그리고 기후위기 시대에 과학자가 감당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 촘촘히 얽혀 있다. 그래서 이 회고록은 한 과학자의 성공담이라기보다, 왜 어떤 연구가 끝내 인간의 삶을 향해야 하는지를 묻는 기록에 가깝다. 날씨와 기후의 차이, 나비 효과 이후에도 왜 계절예측은 가능한지, 기후 모델이 어떤 방식으로 미래를 전망하는지 같은 설명도 이러한 삶의 궤적 속에서 살아난다.
책 곳곳의 문장도 인상적이다. 저자는 “날씨가 우리의 존재를 거울처럼 비추기 때문”에 인간은 날씨에 매혹된다고 썼고, 또 “기상학은 인류가 서로를 돌보는 가장 오래되고 협력적인 시도”라고 말한다. 이 두 문장 사이에 이 책의 핵심이 있다. 예측은 단지 더 정확한 데이터를 위한 경쟁이 아니라,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먼저 닥치는 재난을 줄이기 위한 실천이라는 것이다. 농민의 파종 시기를 바꾸고, 가뭄과 홍수에 대비하고, 감염병과 식량 위기에 더 빠르게 대응하게 만드는 과학이라면, 그것은 이미 실험실 밖의 윤리와 연결되어 있다.
IPCC 제4차 평가보고서의 핵심저자로 참여해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과학자의 이력은 분명 묵직하다. 그러나 『내일 날씨는 맑음』이 오래 남는 이유는 업적의 크기보다 태도의 깊이에 있다. 카오스 한가운데서도 예측가능성을 찾으려 했던 집념, 과학이 더 완벽한 모델을 넘어 더 나은 세계를 향해야 한다는 신념, 기후불안 앞에서조차 행동의 근거를 포기하지 않는 낙관이 이 책의 문장을 끝까지 밀고 간다. 기후위기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막연한 희망이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고 서로를 돌보기 위해 축적된 앎의 윤리라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하고도 강하게 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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