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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불안을 오래된 문장으로 다시 건너게 하다, 『현대 고전을 권함』(류대성, 초록비책공방)

문학과 비문학 42권을 교차해 자아·관계·사랑·정치·노동·생태의 질문을 다시 사유하게 하는 인문 독서 안내서

장세환2026년 4월 22일 오후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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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고전을 권함.jpg출판사 제공

AI가 노동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상이 된 시대에도, 인간은 정작 가장 오래된 질문 앞에서 쉽게 길을 잃는다.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타인과 어디까지 가까워질 수 있는가, 사랑과 소비와 정치가 내 삶을 어떻게 흔드는가. 『현대 고전을 권함』은 바로 그 질문들을 다시 붙들기 위해 고전으로 돌아가는 책이다. 다만 이 책이 택한 방식은 고전을 권위의 언어로 높여 세우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불안과 오래된 문장을 정면으로 맞붙게 하는 쪽에 가깝다.

류대성은 산업혁명과 프랑스혁명 이후 20세기에 이르는 저작들을 ‘현대 고전’이라는 이름 아래 묶는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뼈대가 세워지던 시기에 쓰인 텍스트들이기에, 그 안의 고민은 지금 우리의 삶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 책의 흥미는 여기서 더 커진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과 『인지부조화 이론』, 『앵무새 죽이기』와 『관용론』, 『1984』와 『자유론』처럼 문학과 비문학을 짝지어 읽으며, 서사의 감각과 개념의 언어를 한 자리에서 부딪치게 만든다.

이런 구성은 고전을 요약해 주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문학은 개인의 내면으로 파고들고, 비문학은 사회 구조와 인식의 틀을 드러낸다. 그 둘이 겹쳐질 때 독자는 작품 해설을 넘어 자기 삶의 좌표를 다시 점검하게 된다. 자아, 관계, 사랑, 소비, 정치, 노동, 생태라는 일곱 개의 주제로 42권을 엮은 구성 또한 영리하다. 고전을 시대순으로 나열하는 대신, 오늘의 독자가 실제로 부딪히는 고민의 순서에 맞춰 사유의 길을 다시 놓는다.

무엇보다 이 책이 주는 인상은 정답의 제시보다 읽기의 태도에 있다. 누군가 대신 요약해 주는 지식이 아니라, 자기 속도로 문장과 씨름하며 생각의 근육을 기르는 일이 왜 여전히 중요한가를 설득한다. 고전이란 오래되어 박제된 텍스트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흔들 수 있을 때 다시 살아나는 책이라는 사실도 이 과정에서 분명해진다. 『현대 고전을 권함』은 고전을 쉽게 설명하는 입문서이면서도, 동시에 쉽게 살고 쉽게 판단하려는 시대의 습관을 조용히 거슬러 올라가는 책이다. 오래된 책을 읽는 일이 과거로 물러나는 일이 아니라 현재를 더 정밀하게 살아내는 방식일 수 있다는 것, 이 책이 끝내 독자에게 남기는 감각은 바로 그쪽에 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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