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세

newbooks

언어는 어디까지 변하는가, 『재미 동포 한국어의 변이와 변화』(김한별, 한국문화사)

방언과 영어 사이에서 형성되는 또 하나의 한국어

장세환2026년 4월 22일 오전 11:43
333

재미동포 한국어의 변이와 변화.jpg출판사 제공

한국어는 하나의 언어로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형태로 고정되어 있지 않다. 『재미 동포 한국어의 변이와 변화』는 이 단순한 사실을 미국이라는 구체적 공간에서 집요하게 추적한 연구서다. 김한별 교수는 오리건주 유진·스프링필드 지역의 한인 공동체를 대상으로, 한국어가 어떻게 변하고 섞이며 새로운 체계를 만들어가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한다.

이 책의 출발점은 분명하다.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재외 한인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음에도, 그들의 한국어는 학문적으로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이다. 저자는 이를 단순한 ‘언어 사용의 차이’가 아니라, 방언 접촉과 언어 접촉이라는 두 축에서 설명해야 할 복합적 현상으로 접근한다.

우선 방언 접촉의 문제다. 한국에서 서로 다른 지역 출신들이 미국이라는 새로운 공간에 모이면서, 각자의 기층 방언이 뒤섞인다. 이 과정에서 특정 음운이 변형되거나, 서로 다른 형태가 공존하거나, 아예 새로운 형태로 융합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저자는 이를 단순한 ‘혼란’이 아니라, 새로운 방언이 형성되는 과정으로 해석한다.

동시에 영어와의 접촉은 또 다른 변화를 만들어낸다. 일상 언어로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 속에서 한국어는 영향을 받는다. 발음, 문법, 어휘 사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층위에서 변화가 발생하며, 때로는 한국어의 구조 자체가 재편되는 양상도 드러난다. 이 책은 이러한 현상을 ‘언어의 감퇴’라는 부정적 관점에만 머물지 않고, 새로운 언어적 적응의 과정으로 읽어낸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 두 가지 축—방언 접촉과 언어 접촉—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까지 포착한다는 점이다. 공동체 내부에서 형성되는 독특한 표현, 호칭 체계, 문법적 변형 등은 단순한 외부 영향이 아니라, 공동체 자체가 만들어내는 언어적 질서다. 이는 언어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구조임을 보여준다.

저자의 연구는 단순한 사례 분석에 머물지 않는다. 현지 조사, 면담, 음성 자료 분석 등을 기반으로 구축된 데이터는 학문적 엄밀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기존 연구가 미진했던 영역을 체계적으로 보완한다. 특히 ‘재미 동포 한국어’를 하나의 독립된 연구 대상으로 설정하고, 그 내부 구조를 분석하려는 시도는 이 분야의 중요한 출발점으로 기능한다.

결국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한국어는 어디까지 한국어인가, 그리고 변화한 언어는 원형에서 벗어난 것인가, 아니면 또 하나의 중심인가.

이 질문 앞에서 이 책은 결론을 서두르지 않는다. 대신 하나의 사실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언어는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관련 기사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6월 10일 오후 3:56
9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6월 10일 오후 3:52
12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6월 10일 오후 3:45
8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