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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을 오늘의 삶으로 건네는 편지, 『푸른 물고기』(홍승의, 성서와함께)

과테말라 ‘천사의 집’에서 길어 올린 마르코복음 읽기, 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복음의 중심을 다시 풀어내다

장세환2026년 4월 22일 오전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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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물고기.jpg출판사 제공

성경 해설서는 흔히 본문을 설명하는 데 집중하지만, 『푸른 물고기』는 먼저 말을 거는 책이다. 홍승의 신부는 마르코복음을 학문적으로 정리하거나 교리적으로 요약하는 대신, 과테말라 ‘천사의 집’에서 함께 살아온 아이들의 시간과 자신의 신앙 체험을 겹쳐 놓으며 복음을 오늘의 삶 속으로 끌어온다. 이 책은 열한 살에 만나 이제 어른이 된 큰딸 훌리야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쓰였고, 그 형식 덕분에 마르코복음은 설명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걸어야 할 길로 다가온다.

책의 중심 비유는 제목이기도 한 ‘푸른 물고기’다. 홍승의 신부는 물고기를 예수의 삶을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표현으로 제시한다. “땅에서 바다를 그리워하는 물고기의 운명, 그래서 바다를 향해 서걱거리는 모래바람을 마주하고 걸어가야 하는 물고기의 운명”이라는 구절은, 예수의 길이 익숙한 안정을 떠나 하느님 나라를 향해 나아가는 길이라는 점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복음은 여기서 단순한 교훈이 아니라 그리움과 상처, 선택과 동행의 서사로 다시 읽힌다.

이 책의 강점은 마르코복음을 지금의 언어로 풀어낸다는 데 있다. 예수가 꿈꾼 하느님 나라는 멀리 있는 초월적 개념이 아니라 “하느님을 품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위로가 되고, 사랑이 되고, 희망이 되고, 구원이 되는 새로운 세상”으로 설명된다. 딸에게 건네는 말처럼 쉽고 조용한 문장으로 쓰였지만, 그 안에는 복음을 현재의 관계와 선택 속에서 다시 묻는 힘이 있다. 그래서 독자는 본문을 이해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말씀이 자신의 삶 안에서 어떻게 살아날 수 있는지를 자연스레 생각하게 된다.

저자 홍승의는 청주교구 소속 사제로, 2006년부터 과테말라에서 상처받은 여자아이들 백여 명과 함께 ‘천사의 집’을 꾸려 왔다. 이 이력은 책의 배경 설명에 그치지 않는다. 복음을 해석하는 시선 자체가 그 자리에서 길러졌기 때문이다. 차별받는 여인의 말에서 ‘우리 아이들’을 떠올리고, 예수의 아픔을 닮는 일이 곧 제자의 길이라고 말하는 대목은, 이 책이 교리 해설서이기 전에 삶으로 읽어낸 성경 읽기임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푸른 물고기』는 마르코복음을 중심 사건의 배열로 읽게 만든다. 베드로의 그리스도 고백을 축으로 앞뒤를 대비해 읽는 구성은 복음서 전체를 하나의 흐름으로 바라보게 하며, 예수의 길이 결국 아픔을 품고 사랑을 향해 걷는 길이라는 사실을 또렷하게 드러낸다. “예수의 삶을 함께하는 일이란 결국 아픔을 함께하는 일이더라”는 문장은 이 책의 핵심을 압축한다. 예수를 닮는다는 말이 추상적 신심이 아니라, 타인의 상처와 자신의 상처를 함께 짊어지는 일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마르코복음을 쉽게 풀어쓴 입문서에 머물지 않는다. 복음을 읽는 일이 왜 결국 사람을 향한 일인지, 그리고 신앙의 언어가 왜 오늘의 상처와 관계 안에서 다시 태어나야 하는지를 차분하게 보여준다. 『푸른 물고기』는 성경을 설명하는 책이라기보다, 복음이 한 사람의 말과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증언하는 책에 가깝다. 그 점에서 이 책이 건네는 편지는 훌리야 한 사람을 넘어, 지금 복음을 다시 삶의 언어로 듣고 싶은 독자 모두에게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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