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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혼자 쓰지 않았다, 『예지문학 25주년 기념 문집』 (예지문학, 반달뜨는꽃섬)
25년 동안 이어진 공동체의 기록
출판사 제공
문학은 개인의 작업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았다. 한 사람의 문장과 성취가 중심이 되는 방식이 익숙했다.
『예지문학 25주년 기념 문집』은 그 전제를 벗어난 기록이었다. 시카고라는 낯선 도시에서 모인 여성 문인들이 ‘예지’라는 이름으로 25년 동안 이어온 글쓰기의 흐름을 한 권으로 묶었다.
이 문집의 특징은 개별 작품보다 시간에 있었다. 특정 작품의 완성도보다, 쓰는 일을 멈추지 않았던 과정이 먼저 드러났다. 시, 소설, 수필이 각각의 형식을 유지한 채 함께 배치됐고, 하나의 방향으로 정리되지 않았다.
구조 역시 독특했다. 서로의 문장을 다듬거나 통일하지 않았다. 각자의 결을 유지한 채 공존하는 방식이었다. 교정이나 경쟁보다, 그대로 두는 선택이 반복되면서 공동체의 형태가 유지됐다.
이 흐름은 ‘침묵의 윤리’로 설명됐다. 말하지 않는 부분까지 포함해 서로를 인정하는 태도였다. 표현의 차이를 줄이기보다 그대로 두는 방식이 오히려 지속성을 만들어 냈다.
문집에는 드러난 글만 포함되지 않았다. 쓰이지 못한 시간, 완성되지 못한 원고, 남지 않은 문장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전제됐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심에 놓인 구조였다.
이 책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 문장이 아니었다. 같은 시간대를 통과하며 쌓인 선택들이었다. 멈추지 않고 이어온 시간은 개별 작품보다 더 큰 단위를 형성했다. 빠르게 완성된 결과가 아니라,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 흐름이 하나의 형태로 남았다. 서로 다른 목소리는 하나로 묶이지 않았고, 대신 같은 시간을 공유한 기록으로 남았다. 그 시간은 단순한 축적이 아니라 반복된 선택의 결과였고, 그 선택이 이어지면서 문학은 개인의 성취를 넘어 공동의 시간으로 확장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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