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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려던 걸음을 멈추게 했던 시선, 『인생행전』 (오용주, 세움북스)
성취에서 벗어나 쉼과 누림을 말한 신앙 에세이
출판사 제공
상승 지향주의는 당연했다. 더 높이 올라가는 것이 곧 잘 사는 일처럼 받아들여졌고, 멈추는 선택은 쉽게 떠올리지 못했다. 속도를 늦추는 일은 뒤처지는 것처럼 느껴졌고, 삶은 자연스럽게 경쟁의 흐름 안에 놓여 있었다.
『인생행전』은 그 방향을 돌아보게 했던 기록이었다. 저자는 45년 동안 이어진 이민 목회의 시간을 되짚으며, 성취를 중심에 둔 삶에서 벗어난 시선을 풀어냈다. 무엇을 이루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묻는 흐름이었다.
책은 개인의 경험에서 출발했지만 곧 보편적인 질문으로 이어졌다. 성과와 결과로 삶을 설명하는 방식이 어떤 한계를 남겼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이 소모되었는지를 짚어 갔다. 이어지는 서술은 한 방향을 가리켰다. 삶의 기준을 바꾸지 않으면 같은 방식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전환은 한 문장으로 압축됐다.
“구원은 올라가야 할 사다리가 아니라
이미 펼쳐진 잔칫상”
증명해야 하는 과정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관계로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었다. 성취를 통해 획득하는 가치가 아니라, 존재 자체에서 출발하는 시선이었다.
책은 이를 ‘여백의 삶’으로 설명했다. 채우는 데 익숙했던 일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을 확보하는 방식이었다. 바쁨 속에서 지나쳤던 감각을 회복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 흐름은 단순한 태도 변화로 끝나지 않았다. 삶을 바라보는 기준이 달라지면서 선택의 방향도 달라졌다. 속도를 줄인 자리에서 비로소 드러나는 것들이 있었고,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관계와 의미가 그 안에서 이어졌다. 성취로 채워지던 시간은 점차 다른 형태로 바뀌었고, 그 변화는 눈에 띄지 않게 축적됐다. 멈추는 순간마다 삶의 무게 중심이 이동했고, 그 이동은 다시 다음 선택에 영향을 주었다. 빠르게 올라가는 흐름이 아닌, 머무르며 바라보는 자리에서 형성된 시선이었고, 그 시선은 이후의 시간을 다른 방향으로 이어지게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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