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세

newbooks

높아지려던 걸음을 멈추게 했던 시선, 『인생행전』 (오용주, 세움북스)

성취에서 벗어나 쉼과 누림을 말한 신앙 에세이

장세환2026년 4월 21일 오전 11:07
367

인생행전.jpg출판사 제공

상승 지향주의는 당연했다. 더 높이 올라가는 것이 곧 잘 사는 일처럼 받아들여졌고, 멈추는 선택은 쉽게 떠올리지 못했다. 속도를 늦추는 일은 뒤처지는 것처럼 느껴졌고, 삶은 자연스럽게 경쟁의 흐름 안에 놓여 있었다.

『인생행전』은 그 방향을 돌아보게 했던 기록이었다. 저자는 45년 동안 이어진 이민 목회의 시간을 되짚으며, 성취를 중심에 둔 삶에서 벗어난 시선을 풀어냈다. 무엇을 이루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묻는 흐름이었다.

책은 개인의 경험에서 출발했지만 곧 보편적인 질문으로 이어졌다. 성과와 결과로 삶을 설명하는 방식이 어떤 한계를 남겼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이 소모되었는지를 짚어 갔다. 이어지는 서술은 한 방향을 가리켰다. 삶의 기준을 바꾸지 않으면 같은 방식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전환은 한 문장으로 압축됐다.

“구원은 올라가야 할 사다리가 아니라
이미 펼쳐진 잔칫상”

증명해야 하는 과정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관계로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었다. 성취를 통해 획득하는 가치가 아니라, 존재 자체에서 출발하는 시선이었다.

책은 이를 ‘여백의 삶’으로 설명했다. 채우는 데 익숙했던 일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을 확보하는 방식이었다. 바쁨 속에서 지나쳤던 감각을 회복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 흐름은 단순한 태도 변화로 끝나지 않았다. 삶을 바라보는 기준이 달라지면서 선택의 방향도 달라졌다. 속도를 줄인 자리에서 비로소 드러나는 것들이 있었고,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관계와 의미가 그 안에서 이어졌다. 성취로 채워지던 시간은 점차 다른 형태로 바뀌었고, 그 변화는 눈에 띄지 않게 축적됐다. 멈추는 순간마다 삶의 무게 중심이 이동했고, 그 이동은 다시 다음 선택에 영향을 주었다. 빠르게 올라가는 흐름이 아닌, 머무르며 바라보는 자리에서 형성된 시선이었고, 그 시선은 이후의 시간을 다른 방향으로 이어지게 만들고 있었다.

관련 기사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6월 10일 오후 3:56
8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6월 10일 오후 3:52
11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6월 10일 오후 3:45
8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