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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흔적을 은혜로 바꾸는 기록, 『상처가 아니라 흔적입니다』 (최원석, 징검다리)

죽음의 문턱에서 길어 올린 믿음과 회복의 이야기

장세환2026년 4월 20일 오후 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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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가 아니라 흔적입니다.jpg출판사 제공

예기치 않은 사고는 삶의 방향을 한순간에 바꿔 놓는다. 『상처가 아니라 흔적입니다』는 성실한 목회자이자 다섯 아이의 아버지로 살아가던 저자가 대형 교통사고를 겪으며 맞닥뜨린 절망과 회복의 시간을 담아낸 기록이다.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에서 병원으로 이송된 그는 여덟 차례의 수술과 긴 투병을 견디며 삶의 가장 깊은 바닥을 통과한다.

이 책은 단순한 극복담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고통 속에서 발견한 새로운 시선과 신앙의 의미를 차분히 풀어낸다. 병상 위에서 모든 역할이 멈춘 순간, 저자는 처음으로 자신이 쥐고 있던 삶의 통제권을 내려놓고 ‘멈춤’이라는 경험을 받아들인다.

그 과정에서 일상의 의미는 완전히 달라진다. 아침에 눈을 뜨는 일, 하루를 무사히 마치는 일 같은 사소한 순간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는 깨달음이 스며든다. 고통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그 고통을 바라보는 시선은 점차 변화한다. 상처로만 남아 있던 기억이 조금씩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다.

책은 이러한 변화의 과정을 ‘흔적’이라는 단어로 설명한다. 상처가 아픔과 원망을 떠올리게 한다면, 흔적은 그 뒤에 남은 의미와 은혜를 되새기게 한다는 것이다. 이 시선의 전환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삶을 해석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힘으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고통 속에서도 이어지는 관계의 회복이다. 가족과 공동체, 그리고 신앙 안에서의 연결은 절망의 시간을 견디게 하는 버팀목으로 그려진다. 개인의 고난을 넘어, 함께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다시 묻는 지점이다.

책은 완벽하게 회복된 삶을 보여주기보다, 여전히 흔적을 안고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그 흔적이 더 이상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삶을 지나온 증거로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전한다. 독자는 이 기록을 따라가며 자신의 삶에 남아 있는 상처들을 다른 이름으로 부를 가능성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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