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세

newbooks

끝내 무너지지 않은 이름, 『항복하지 않은 성 - 의병장 정봉수』 (이광희, 청어)

정묘호란 400년, 잊힌 항전의 시간을 다시 부르다

최준혁2026년 4월 20일 오후 3:40
338

항복하지 않은 성.jpg출판사 제공

나라가 무너져 내리던 순간, 모두가 물러날 때 끝까지 남아 싸운 이들이 있었다. 『항복하지 않은 성 - 의병장 정봉수』는 정묘호란이라는 치욕의 역사 속에서 끝내 무릎 꿇지 않았던 한 인물과 그를 둘러싼 민중의 이야기를 복원해낸 장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1627년 정묘호란을 배경으로, 용골산성을 중심으로 펼쳐진 항전의 기록을 따라간다. 왕이 도성을 떠나고 조정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의병장 정봉수는 성을 지키며 끝까지 싸움을 이어간다. 소설은 단순한 전투의 재현을 넘어,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인간이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지키려 하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특히 눈에 띄는 지점은 ‘항복하지 않은 성’이라는 제목이 지닌 이중적 의미다. 실제로는 어명에 따라 성을 비워야 했던 역사적 순간이 존재하지만, 작가는 그 안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의지와 정신을 ‘무너지지 않은 성’으로 그려낸다. 성은 비워졌지만, 그 안에서 버텨낸 사람들의 선택과 신념은 끝내 무너지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작품 속 장면들은 강렬하다. 징 소리가 울려 퍼지는 새벽, 성을 떠나야 하는 병사들과 백성들의 침묵, 그리고 그 모든 상황을 지켜보는 의병장의 고통이 묵직하게 쌓인다. 이 과정에서 전쟁은 더 이상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감정과 선택으로 이루어진 살아 있는 시간으로 변한다.

이광희 작가는 오랜 사료 탐구를 바탕으로 역사적 사실에 문학적 상상력을 더해, 잊혀진 인물을 다시 현재로 불러낸다. 영웅 한 사람의 서사가 아니라, 그 시대를 버텨낸 수많은 이름 없는 이들의 이야기까지 함께 복원하려는 시도가 읽힌다.

결국 이 소설은 과거의 전쟁을 이야기하면서도 오늘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나라가 흔들릴 때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그리고 끝까지 남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은 400년의 시간을 건너 지금의 독자 앞에 다시 놓인다. 그 질문 앞에서 우리는 더 이상 역사 밖에 서 있지 않게 된다.

관련 기사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6월 10일 오후 3:56
9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6월 10일 오후 3:52
12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6월 10일 오후 3:45
8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