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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 500년의 시간을 깨우다, 『철의 왕국 가야로 가자』 (김영숙, 풀빛)

유물들의 목소리로 되살아난 또 하나의 고대사

장세환2026년 4월 20일 오후 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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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왕국 가야로 가자.jpg출판사 제공

삼국 시대를 떠올릴 때 우리는 흔히 고구려, 백제, 신라만을 기억한다. 그러나 그 사이, 분명히 존재했지만 희미하게 남아 있던 이름이 있다. 『철의 왕국 가야로 가자』는 바로 그 가야의 시간을 다시 불러낸다.

이 책은 고분 속에 잠들어 있던 덩이쇠와 유물들이 깨어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설명 대신 대화를 통해 가야의 시작과 성장, 교류와 전쟁, 그리고 멸망 이후까지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어린 독자들은 마치 그 수다 속에 함께 앉아 있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가야는 철기 기술과 해상 교역을 바탕으로 성장한 연맹체 국가였다. 여러 작은 나라들이 공존하며 각자의 문화를 유지한 채 약 500년을 이어갔지만, 신라에 병합되면서 역사의 전면에서 밀려났다. 이 책은 그 과정을 따라가며, 왜 가야가 오랫동안 역사 인식에서 비켜나 있었는지를 함께 짚는다.

특히 ‘생각하는 역사 읽기’라는 접근이 돋보인다. 가야가 중앙집권 국가로 발전했다면 어떤 변화가 있었을지,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는 어떠했는지 등 다양한 질문을 던지며 단정적인 결론 대신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독자는 자연스럽게 역사 속 빈칸을 스스로 채워보게 된다.

또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가야 고분군을 통해, 기록이 부족한 시대를 어떻게 유물로 읽어낼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무덤 속에 남겨진 철기와 토기, 생활 흔적들은 사라진 시간이 아니라 이어진 시간의 증거로 기능하며, 가야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결국 이 책은 한 번도 중심에 서지 못했던 역사를 다시 가운데로 불러오는 작업에 가깝다. 이름만 어렴풋이 남아 있던 가야가 이야기 속에서 말을 걸기 시작할 때, 독자는 비로소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라는 것이 얼마나 선택적으로 기억되어 왔는지를 돌아보게 되고, 그 빈자리를 채우는 일 또한 지금의 몫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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