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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생각하면 삶이 또렷해진다, 『나는 나답게 죽기로 했습니다』 (나이토 이즈미, 마음의숲)

병원이 아닌 일상 속에서 맞이하는 마지막, ‘나다운 죽음’을 묻다

장세환2026년 4월 20일 오후 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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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답게 죽기로 했습니다.jpg출판사 제공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면서도,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애써 미뤄둔다. 『나는 나답게 죽기로 했습니다』는 그 미뤄둔 질문을 정면으로 꺼내 든다. 그리고 그 답을 ‘특별한 순간’이 아니라,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 속에서 찾는다.

책은 30여 년간 재택 호스피스 현장에서 환자들의 마지막을 지켜본 의사 나이토 이즈미의 기록이다. 병원의 기계음이 아닌, 익숙한 집의 공기 속에서 삶을 마무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임종 직전까지 가게를 지키고, 가족의 빨래를 개고,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며 하루를 살아낸 이들의 모습은 죽음을 ‘삶의 단절’이 아닌 ‘오늘의 연속’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이 책이 던지는 핵심은 단순하다. 사람은 살아온 대로 죽어간다는 것. 마지막 순간의 모습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쌓인 선택과 태도의 결과라는 메시지다. 그래서 저자는 죽음을 준비하는 일이 곧 지금의 삶을 더 충실하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죽음을 둘러싼 감정을 지나치게 비장하게 다루지 않는다는 데 있다. 책 속 인물들은 끝까지 웃고, 사랑을 나누고, 평범한 하루를 이어간다. 누군가는 마지막까지 가족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하고, 또 다른 이는 좋아하는 취향으로 생의 끝을 채운다. 죽음은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완성되는 한 사람의 이야기로 그려진다.

이 책은 동시에 우리 사회의 변화도 비춘다. 과거에는 집에서 자연스럽게 맞이하던 임종이 이제는 병원으로 옮겨지며 삶과 분리된 사건이 되었다. 저자는 그 단절이 오히려 죽음을 더 낯설고 두렵게 만든다고 지적하며, 다시 일상 속으로 죽음을 되돌려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나는 나답게 죽기로 했습니다』는 죽음에 관한 책이면서, 삶에 관한 책이다. 마지막을 어떻게 맞이할지를 생각하는 순간, 지금의 하루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언젠가 맞이할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는 일은, 지금 이 하루를 조금 더 나답게 살아보겠다는 조용한 결심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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