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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주어지는가, 만들어지는가, 『몸을 추정하기』 (게일 샐러먼, 오월의봄)
‘느끼는 몸’과 ‘읽히는 몸’ 사이, 젠더를 다시 묻다
출판사 제공
우리는 자신의 몸을 얼마나 확실하게 알고 있을까. 그리고 타인의 몸을 바라볼 때, 우리는 무엇을 근거로 그것을 이해한다고 믿는 걸까. 게일 샐러먼의 『몸을 추정하기』는 이 익숙한 질문을 근본부터 뒤흔드는 책이다.
이 책은 몸을 단순한 생물학적 실체로 보지 않는다. 대신 몸을 ‘끊임없이 살아지는 경험의 장’으로 재정의하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몸의 물질성’이라는 개념 자체에 의문을 던진다. 몸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감각과 인식, 사회적 시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구성된다는 문제의식이다.
핵심은 ‘느껴지는 몸’과 ‘읽히는 몸’의 간극이다. 개인이 내부에서 감각하는 몸과, 사회가 외부에서 규정하는 몸은 일치하지 않는다. 이 틈은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라, 인간 존재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보편적 조건이라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이 논의는 트랜스젠더 경험을 통해 더욱 선명해진다. 샐러먼은 트랜스 체현을 단순한 ‘특이한 경우’로 보지 않고, 오히려 젠더와 몸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핵심 사례로 제시한다. 이를 통해 기존의 이분법적 젠더 체계와 ‘몸의 확실성’에 대한 믿음이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되는지를 드러낸다.
책은 현상학, 정신분석학, 퀴어 이론을 가로지르며 이 문제를 탐구한다. 특히 몸의 감각과 인식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그리고 그것이 사회적 규범과 어떻게 얽히는지를 치밀하게 추적한다. 이 과정에서 ‘몸은 곧 진실’이라는 통념은 더 이상 단단한 기반이 될 수 없게 된다.
나아가 이 책은 단순한 이론서에 머물지 않는다. 몸의 물질성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아온 사회적·정치적 담론을 비판하며, 그 속에서 배제되어 온 존재들을 다시 사유할 언어를 제안한다. 몸을 둘러싼 이해 방식이 바뀔 때, 우리가 타인을 대하는 태도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몸을 추정하기』는 ‘몸이란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현재의 언어로 다시 묻는 작업이다. 그리고 그 질문은 결국 이렇게 돌아온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보고, 무엇을 믿고, 무엇을 몸이라 부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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